"한 분야에 전문화된 一品 펀드가 갈수록 각광받을 것"

"한 해 반짝 1등 한 펀드라고 무작정 투자해선 안 됩니다."

한동주 NH-CA자산운용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장기적인 투자 시계(視界)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지난 2007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을 지낸 그는 "한 해 우수했던 펀드들이 다음해 망가지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다"며 "최소 3년 이상 수익률이 우수한 펀드를 고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펀드가 운용 철학을 갖고 투자해야 장기 생존이 가능하고 꾸준한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1987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대우경제연구소 증권조사실과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을 지냈고, 동부자산운용 운용본부장과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 등을 거쳤다. 2012년부터 흥국자산운용 사장으로 근무하다가 작년 3월 NH-CA자산운용으로 옮겼다. NH-CA자산운용은 농협과 프랑스 농업협동조합 금융기관인 크레디아그리콜(Credit Agricole)이 공동 출자한 농협금융지주 자회사다.

◇매매회전율 100% 이하 펀드가 운용 철학 갖춘 펀드

―좋은 펀드 고르는 기준을 소개해달라.

"매매회전율이 100%를 밑도는 펀드가 좋은 펀드라고 생각한다. 매매회전율은 펀드가 얼마나 자주 주식 매매를 하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펀드 내 거래금액을 자산으로 나눈 비율이다. 매매회전율이 100%라면 펀드가 1년 동안 자산 규모만큼 주식을 한 차례 샀다가 팔았다는 의미다. 소위 잘한다는 글로벌 운용사들의 평균 매매회전율은 50~70%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200%나 된다. 그만큼 단기 수익에 눈이 팔려 주식을 자주 사고팔았다는 뜻이다. 단기 수익에 욕심을 내다보면 고객과 약속한 대로 운용할 수 없게 되고 장기적으로 볼 때 펀드가 망가진다."

―펀드가 한 종목에 오래 투자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성장성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투자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만큼 기업 주가가 오를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펀드 수익률과 직결된다. 맛집 중 일품(一品)요리를 잘하는 음식점이 많듯, 어느 한 분야·기업에 전문화된 '일품펀드'가 앞으로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과거 투자 일선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할 때 시장에서 떠도는 말을 듣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 상투를 잡는 모습들을 봐왔다. 시장의 정보도 중요하지만 투자 대상의 기본 정보들을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국내는 바이오·의료·IT 유망… 매출보다는 이익 성장이 중요

―국내에선 어느 분야가 앞으로 유망하다고 보나.

"인적자원이 어디로 움직여가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편이다. 결국 우수한 자원이 몰리는 분야가 크게 성장했다. IT·바이오·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그런 기준으로 보면 전망이 좋다. 특히 한국의 의료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6%로 미국(16%)보다 한참 낮은 것을 볼 때 바이오가 앞으로 성장성이 커 보인다. 금융도 우수한 인재들이 많긴 하지만 최근 저금리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경쟁력이 다른 업종에 비해 처진다."

―기업 투자시 중시하는 재무 지표가 있나.

"이익의 성장성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매출의 성장도 중요하다. 성장 초기엔 시장 점유율 증대 등 외연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종 결과는 이익이 성장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로 판가름난다. 이는 국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세계적으로 저성장기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성장 산업은 생겨나기 마련이고, 국가 중에서도 성장하는 국가들이 나타난다."

◇해외 투자는 유럽이 주목된다

―글로벌 투자 측면에서는 어느 지역을 유망하게 보는가.

"현재로선 유럽을 주목해볼 만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새로운 완화 조치를 오는 3월에 발표할 것이다.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자금을 시중에 푸는 조치) 지속·저금리 자금 조달·유로화 약세 환경 아래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이 회복되며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반면 미국 경기는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될 걸로 보인다.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부문이 어려워졌고, 경기 회복을 이끈 서비스 부문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다. 중국은 저축 감소, 고령화, 생산성 저하 등이 결합돼 경기 둔화가 진행되고 있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화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적지 않은데 양적완화라는 큰 흐름에서 볼 때 엔화 강세는 일시적이라 보고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 출신으로 본 우리나라 투자의 미래는 어떤가.

"현재 500조원으로 GDP 대비 3분의 1 수준인 국민연금은 2040년대 중반 GDP의 50%까지 커질 것이다. 국내 주식·채권 투자만으로는 자금 운용이 불가능하므로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세계 4대 연금으로 꼽히는 네덜란드공적연금(ABP)도 자산의 90%를 해외에 투자한다. 해외 투자가 매우 중요해질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NH-CA자산운용도 노령층 관련 실버산업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를 최근 출시했다. 해외 투자가 잘 이뤄지기 위해선 규제 해제 등 제반 여건들이 갖춰져야 한다. 투자자들도 모른다고 제쳐둘 게 아니라 해외에 지속적인 관심을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