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 보는데 넌 6000원, 난 1만1000원?

3일 오전 11시 반쯤, 서울 용산구 CGV 용산점을 찾은 송정인(59·주부)씨는 영화표를 사는 데 "평소보다 10분은 더 걸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브런치' 와 '데이라이트'가, '프라임'과 '이코노미'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고 극장을 찾았다. "단어 자체도 뭔지 이해가 안 갈뿐더러 같은 극장 안에서 왜 다른 돈을 내고 영화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제일 싸게 볼 수 있는 표를 달라"고 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GV가 3일부터 가격 다양화 정책을 실시했다. 시간대를 더 세분했고, 좌석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종전 4단계였던 주중 시간대를 ▲모닝 ▲브런치 ▲데이라이트 ▲프라임 ▲문라이트 ▲나이트 6단계로 나누고 좌석을 ▲이코노미 존 ▲스탠더드 존 ▲프라임 존 3단계로 구분, 가격을 차별화한다. 스탠더드 존을 기준으로 이코노미 존은 1000원 싸지만 프라임 존은 1000원 비싸다.

시간대에 따라 2D 영화는 6000원~1만 1000원, 3D는 8000원~1만3000원이 됐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에 적용되는 '브런치'는 이전보다 1000원이 내렸다. 이코노미 존을 이용하면 2000원이 더 싸다. 관객이 별로 없는 시간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6000원을 내고 프라임 존에 앉아서 보는 일도 생길 수 있다. CGV 관계자는 "주부 관객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서 만든 구간이다. 이코노미 존 표를 사서 프라임 존에 앉는다고 해서 극장에서 따로 조치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CGV 용산점 매표소에서 표를 산 40~50대 여성 다섯 명은 모두 브런치 이코노미 존을 택했다.

브런치와 같은 특정 시간대를 이용하는 주부를 제외하면, 관객들은 가격 다양화 정책을 실질적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였다. 3일 CGV 명동점을 찾은 안창현(27·대학원생)씨는 "이코노미와 스탠더드는 평소에 피하던 자리다. 결국 예전에 앉던 자리에서 보려면 프라임을 택해서 1000원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 프라임 존이 전체 객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에 가깝다. CGV 여의도점은 213석 규모의 9관 극장에서 프라임 존은 91석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영화관이 거의 만석이 되지 않는 이상, 관객들은 프라임 존에 해당하던 좌석을 선택해왔다. 김은임(40)씨는 "프라임에 앉으려고 1000원 더 냈지만, 극장에 들어가보니 빈자리가 많더라. 이코노미를 사서 프라임에 앉는 관객도 있다면 형평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했다.

CGV는 제도 도입 근거로 2014년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를 들었다. CGV는 "당시 조사 내용에 따르면 관객 500명에게 물어보니 상영관 좌석 위치에 따라 관람료를 달리하는 차등 요금제 도입에 65%가 찬성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