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04 14:30

우리 나라에서 많이 알려진 속리산, 몇 번의 등정 중, 지금도 눈 앞에 선한 채 영원히 잊지 못할 등정으로 각인되어진 추억을 꺼집어내어 보고자 한다.

깜깜절벽 야간 등정. 자연의 친구, 사람들의 이웃이기를 주창해 온 주성대 정교수가 기획 연출하고, 과대표가 앞서 협력한, 한밤의 프로젝트, '참여자 전원 새벽의 문장대를 정복하라'가 시행되었다. 새벽 03시 50분 00초, 정교수의 출발 싸인에 의해 중간 전초기지를 분승 출발, 문장대 등정로 입구에서 도보 등정이 시작되었다. 여기는 경북 상주 화북땅이다. 보은 법주사에서 오르는 길은 가파라서 좀더 평이한 이 길을 택한 것이다.

[시니어 에세이] 속리산(俗離山), 이색 등정(異色 登頂)
사진=조선일보DB
가장 연장자인 내가 앞에 섰다. 사방은 깜깜절벽, 산의 잠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듯 고요한 적막강산이다. 그 숙연함에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조심조심 앞으로 비친 랜텀불빛 만을 따라 발자욱을 옮긴다. 뒤돌아보면 반딧불처럼 불빛들이 점점이 이어오고….

때로는 어둠의 심연에 빠져 착 갈앉은 침묵 속의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단 하나, 일엽편주(一葉片舟), 나 혼자 망망대해에 떠 흐르는 물결에 몸을 내맡기어 흘러가는 것 같은 경이로움을 맛보기도 하며, 묵묵히 위 만을 쳐다보며 움직이는 것이다. 예상치 않은 복병, 낙오의 위기를 만나기도 하여 전원 등정의 작전이 차질을 빚을까 염려되었지만, 지도자의 희생적인 인솔 봉사정신 발휘로 위기를 넘기고, 뒤처졌던 두 사람까지 전원 무사히 새벽 문장대 등반에 성공케 된 것이다.

오호라! 새벽, 문장대에서 맞이한 해맞이, 연이은 산봉우리 저 멀리, 붉은 기운이 감도는가 싶더니, 불끈 치솟아 오르는 붉은 햇덩이, 정말 숨막히는 순간, 다시 못 볼 감격의 장관을 맛보았다. 

하산 막바지, 정상으로부터 벗하며 흘러내려온 도랑의 찬물에 발을 담그니, 아아! '간담(肝膽)을 서늘케 한다' 라는 것이 이를 말함인가? 발끝에서부터 상승하는 찬 기운이 온몸을 휩싸 돈다. 정교수의 신토불이(身土不二) 학설, ‘그 산의 피로는 그 산의 물로 풀을 수 있다’ 는 역설(力說)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서로 두둔하며 도와주어 큰일을 해낸 모든 이에게 지금도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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