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04 14:30

[시니어 에세이] 못간다고 전해라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요즘 '전해라'가 유행이다.  이 ‘~라고 전해라’는 이애란이라는 무명 가수가 부른 '백세인생'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가수 생활 25년이나 됐다는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불쑥 나타나더니, 염라대왕이 보낸 저승사자를 데리고 노는 해학적인 노래를 부른다. 그 맛이 과연 일품이라 너도 나도 빠져 들었다. 어떤 상황이든지 '~라고 전해라' 만 붙이면 소통이 되어 버리니 여기저기서 유쾌한 패러디물이 춤을 춘다.

왜, 이 노래가 이 처럼 날개를 날고 온 나라를 종횡무진으로 누비고 있을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무병장수하고 싶은 인간의 가장 오랜 꿈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승사자를 희롱하고 타박하는 당돌함이 주는 통쾌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남녀노소(男女老少)를 불구하고 공통 된 화두(話頭)는 단연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자다. 그 욕구를 노랫말을 통해 시원하게 내 뿜고 있기에 25년 무명가수였던 이애란을 단숨에 최정상에 올려놓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욕구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인기 가요와는 다르게 온갖 패러디물이 넘쳐나는 것은 무엇일까? 노랫말을 가만히 보면 저승사자가 찾아옴을 무서워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당돌하게도 염라대왕이 보낸 저승사자를 한낱 심부름꾼으로 전락시킨다. 을이 갑이 되고 갑이 을이 되는 순간이다. 누구나 두려운 상대는 있다. 그 두려운 존재가 상사일 수도 있고 남편일 수도 있고 아내 일 수도 있다. 현대인들은 처한 환경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늘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보고 산다. 그런 현대인들의 쌓인 한을 노랫말에 담아내어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으니 너도 나도 패러디물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 노래를 한 번 제대로 불러보겠다고 유투브에 올라 온 영상을 보며 몇 번 불러 본 적이 있다. 몇 번 불러 본적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이젠 부르지 않는 다는 뜻이다. 더 이상 부르지 못 한 것은 가슴 한 쪽이 자꾸 미어지고 눈물이 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울 엄마도 돌아가실 거라는 것은 알았지만 인생100세 시대에 85년 세월을 살다 가신 어머니의 기억 때문이다. 물론 나이가 드셨으니 머지않아 돌아가실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급속도로 몸이 망가져 한두 달 사이에 돌아가실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 했다. 

 ‘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자존심 상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하면 되는 것을 어머니는 왜 당당하게 저승사자에게 말하지 못 했을까? 저 노랫말처럼 당돌하게 저승사자 손길을 뿌리치고 돌아 섰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노래 배우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노래를 부르면 부를수록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나서 그만두고 말았다. 그러나 오늘은 당당히 저승사자를 불러서 ‘자식들은 알아서 잘 살 테니 걱정 말고 잘 사시라고 전해라’ 하고 노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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