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07 11:14

[시니어 에세이] 팔순잔치의 의미
사진=조선일보DB

2013년 통계청 발표 자료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가 78.5세, 여자는 85.1세이다.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사람들이 하는 3대 거짓말이 있다. 첫째는 장사꾼이 '이거 밑지고 팝니다'라고 하는 것이고 둘째는 노처녀가 '시집 절대 안 간다'라고 하고 마지막으로 '늙으면 일찍 죽어야지'라고 하는 것이다.

이중 가장 강력한 거짓말은 '늙으면 일찍 죽어야지' 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고달팠던 사람으로선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으나 보편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팔순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꼭 참석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해 참석하지 못했다. 요즘 세상은 워낙 인터넷이 발달하여 직접 참석지 않아도 휴대전화기를 통해 거의 실시간 동영상으로 행사를 접할 수 있었다. 동영상을 통해 바라본 팔순잔치를 잠깐 소개하자면 대한민국 시골에서 살아왔던 거의 모든 80대 어르신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평생을 농사지으면서 오직 자식들의 성공만을 위해 당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결실을 이루는 자리임을 생각했을 때 정말 귀하고 값진 행사였다.

자식들이 마련해준 팔순잔치를 바라보는 분의 눈빛은 감개무량함이 얼굴을 통해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팔십 평생을 '자식을 위해 투자한 것이 전혀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행사를 지켜보면서 '현재 50대의 위치에 있는 중장년층의 팔순잔치는 현재처럼 이렇게 화기애애하고 화목한 팔순잔치가 될 수 있을까'라고 문득 생각을 해보게 된다. 50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자식들 나이는 20대 초반에서 30대 정도라고 생각된다. 과연 이 세대들이 그들의 부모가 팔순이 되었을 때 진심으로 팔순잔치를 해드릴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 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게 된다. 물론 이런 생각이 틀렸다고 반문을 하고 싶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 땅의 젊은이들의 삶이 전혀 녹녹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더라 할지라도 서울에서 집 한 채를 사기 위해 본인 혼자만의 노력으론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벌어서 장만하기엔 어려운 여건이라 대부분 맞벌이를 하게 된다. 이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심신이 지쳐가기 때문에 그들의 부모님을 배려할 마음의 여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아픈 부모님을 서로 모시지 않으려고 다툼을 벌이다가 자식 간에 큰 싸움이 일어나는 모습도 대중매체를 통해 종종 접하곤 한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50대는 이 시점에서 과연 어떻게 팔순을 준비해야 하느냐고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아야겠다.

팔순잔치를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앞으로의 세상은 의학기술의 팔달로 팔순은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나이가 되고 구순까지 살아가는 것이 보편화하리라 본다. 나이를 먹고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자식 간에 무탈하게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욱 노후를 즐겁게 보낼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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