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10 03:00

- 스위스 융프라우철도 케슬러 사장
한국인 등 관광객에 맞춤 서비스… 지난해 방문객 첫 100만명 돌파
"관광자원도 끊임없이 혁신해야"

"알프스 보며 드신 컵라면, 저희가 드린 겁니다."

유럽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곳(3454m)에 있어 '유럽의 꼭대기(Top of Europe)'라고도 불리는 기차역 융프라우요흐는 한국인에겐 '컵라면 먹는 곳'으로 유명하다. 눈앞에는 알프스 3대 명봉 중 하나인 융프라우봉이 펼쳐져 있다.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정경을 감상하며 먹는 컵라면의 얼큰한 맛은 일품이다.

한국 여행 시장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최근 방한한 우르스 케슬러(Urs Kessler)스위스 융프라우철도 사장은 서울 중구 한 호텔에 여장을 풀자마자 컵라면 이야기부터 했다.

케슬러 사장은“아름다운 관광 자원만으로는 관광 대국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오른쪽 사진은 융프라우에서 판매하는 컵라면. 한국인은 열차 티켓을 구입한 뒤 쿠폰을 가져가면 무료로 먹을 수 있다.
케슬러 사장은“아름다운 관광 자원만으로는 관광 대국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오른쪽 사진은 융프라우에서 판매하는 컵라면. 한국인은 열차 티켓을 구입한 뒤 쿠폰을 가져가면 무료로 먹을 수 있다. /양지호 기자
"한국의 융프라우철도 대행사(동신항운)가 1998년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에게 선물을 하자'고 제안하더군요. 한국인의 컵라면 사랑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융프라우요흐에서는 매년 10만 개가 넘는 한국 컵라면이 팔린다.

한국인 관광객은 한국 대행사 홈페이지(www.jungfrau.co.kr)에서 신청해 받은 쿠폰을 가져가면 공짜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한국인이 먹는 컵라면이 매년 6만 개다. 나머지 4만 개는 다른나라 관광객에게 개당 7.8스위스프랑(약 9500원)을 받고 판다. 융프라우에는 한국어 안내방송을 하는 산악열차도 있다.

케슬러 사장은 "스위스가 아름다운 자연경관만으로 관광대국이 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인도 사람은 채식주의자가 많아 여행을 와서도 직접 음식을 해먹습니다. 융프라우요흐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싸온 밥을 먹으니 기차가 인도 향신료 냄새로 가득 찼죠. 그래서 전망대에 인도 음식점을 만들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6000여 명에 불과하던 인도 관광객이 2000년대 중반 10만 명을 돌파했지요." 그는 "관광 자원도 끊임없이 혁신하고 고객의 기호를 파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1987년 융프라우철도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마케팅과 서비스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다졌다. 2008년부터 사장을 맡아 왔다. 관광객이 늘면서 영업매출이 연간 3000만스위스프랑(약 365억원)을 넘어섰다.

케슬러 사장은 아시아 시장에 관심도 크다. 이번에도 중국·대만·태국을 거쳐 한국을 찾았다. 파키스탄에서도 융프라우 홍보를 시작했다. "'미쳤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보고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결국 퇴보하고, 뒤처지고 말지요." 공격적인 투자와 홍보로 지난해 융프라우 방문 관광객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겼다. 7년 전에는 50만 명이었다.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위기입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는 걸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명품'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CEO로 10년 이상 있으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이 융프라우가 구찌, 페라가모, 필립파텍 같은 명품 브랜드라는 인식을 쌓는 거였습니다. '유럽의 꼭대기'라는 융프라우만의 브랜드를 더 키워나가려고 합니다. 명품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굳이 찾지 않습니다."

융프라우 출신인 그가 스위스 억양이 섞인 딱딱한 영어 발음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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