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연극이었다. 연극은 시니어들에 의해 만들어진 낭만악극이다. 분명 이수일과 심순애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인데 머리가 희끗희끗한 배우들의 연기는 자기들의 이야기처럼 어울린다.
연극이 시작되자 어수선했던 관객들의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 한 사람, 각설이. 그의 표정이나 시선은 관객에게 해? 말아? 여유 있는 물음표를 던진다. 배우들이 시니어들이라 처음엔 의아했다. 그러나 자연스럽고 연륜이 쌓인 연기에 등장인물의 나이는 잊었다. 뮤지컬이 아니라 악극이라 대사의 흐름도 신파다. 무대 위의 배우들은 관객을 울렸다 웃겼다 들었다 놨다 한다.
옆자리 관객이 웃다 울다를 반복하며 연신 코를 훌쩍인다.
연극이 끝나고 우연히 71세의 여성분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연극 재미있으셨나요?”
“네, 나이가 들었는지 이제 이런 연극이 편안하고 재미있네요.”
“계속 우시던데요”
그녀는 살짝 웃으며 “우리는 저런 사고와 관념 속에 살아왔잖아요. 남자의 손에 여자의 운명이 달렸고 집안이 가난하면 부모·형제들을 위해 희생되어야 했어요. 정조를 생명처럼 여기기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남자들은 부인을 소유물로 여겼어요. 남자들의 외도는 당연히 여긴 시절이었죠. 연극을 보는 내내 억울하고 답답했어요. 꼴통 같은 이수일에게 화가 났었어요. 비겁하고 비관적이고 왜 자기의 인생이 뒤바뀐 걸 여자 탓을 해요? 본인의 선택인걸. 하지만 그의 사랑에는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일찌감치 깨달아 순애를 괴롭히지 말고 마음을 열고 살았어야 하는데 이수일은 바보예요. 저 시대에는 그렇게들 살았어요. 지금은 여자들이 살만한 세상이에요. 여자든 남자든 사랑에, 정조에 목숨을 걸지는 않죠. 가치관이 바뀌었어요.”
시니어들을 위한 뮤지컬이다. 시니어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악극이다.
이런 공연이 흥행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시니어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예술성 있는 작품들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