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죽여놓고 다음날 "애 잘 있지" 부부끼리 거짓 문자

경기 평택에서 실종된 신원영(7)군은 화장실에 3개월 동안 감금돼 계모 김모(38·구속)씨의 학대를 받다 경찰 수사 한 달 전인 지난달 2일 숨졌으며, 시신은 친부 신모(38·구속)씨와 김씨가 함께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택경찰서는 지난 12일 평택시 청북면에 있는 조부 묘소 근처에 매장된 신군의 시신을 발굴했다고 13일 밝혔다. 계모 김씨는 전날(11일) 밤 "2월 1일 오후 1시쯤 옷을 모두 벗기고 찬물을 온몸에 뿌려 화장실에 가뒀는데, 다음 날 오전 9시 30분쯤 아이가 숨진 것을 발견했으며, 열흘 뒤 야산에 매장했다"고 자백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굶주림과 다발성 피하출혈, 저체온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냈다.

신군은 올해 평택 시내 한 초등학교에 입학 예정이었으나 출석하지 않았으며, 경찰은 학교 측 신고를 받아 지난 4일 수사에 착수했다. 올 들어 결석 아동이 부모 학대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이다.

경찰에 따르면 신군은 2013년 8월 친부 신씨가 김씨와 동거를 시작한 이후 누나(10)와 함께 계모의 학대에 시달렸다. 수시로 때리고 굶겼다고 한다. 그해 겨울엔 평택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발견돼 이곳에서 밥을 얻어먹거나 머무르기도 했다. 신군 누나는 작년 4월 이후 평택의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왔다.

계모 김씨의 학대는 신군이 사망하기 3개월 전부터 더 심해졌다. 작년 11월 초 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신군을 화장실에 감금하고, 사발에 반찬을 한꺼번에 담은 밥을 하루에 한 끼 정도만 줬다. 소변을 변기 밖에 흘렸다는 이유로 청소용 플라스틱 솔로 수시로 때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1월 28일에는 소변을 흘리자 무릎을 꿇리고 온몸에 락스를 붓기도 했다. 그 이후 사망 때까지 6일 동안 신군은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한다.

친부 신씨는 이런 학대를 묵인했다. 그는 "구타당한 흔적을 봤지만 아동 학대로 처벌받을까 봐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부부는 신군이 사망한 뒤 시신을 이불에 감싸 10일 동안 방치하다 2월 12일 심야에 신씨 아버지 묘지 인근에 암매장했다.

신씨 부부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서로 말을 맞추고 거짓 진술을 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신군이 숨진 다음 날 서로 "원영이 잘 있느냐" "밥 잘 먹고 양치질도 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신군을 강원도 친정에 보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거짓 대화가 차량 블랙박스에 저장되도록 했다. 이달 초에는 입학을 준비했던 것처럼 책가방과 신발주머니를 사놓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신씨가 아버지 묘소 인근 수퍼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 시신 운반 정황이 담긴 주택 주차장 CCTV, 김씨가 '살인 몇 년 형' 등을 인터넷서 검색한 점 등을 근거로 부부를 추궁해 범행을 자백받았다.

신군은 이날 천안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평택시립추모공원 납골당에 안치됐다. 친모와 할머니 등 20여명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친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할머니는 "미안하다. 잘못했다"며 오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