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멧돼지·들개 포획작전 시작

작년 10월 오전 5시쯤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인근 주택가에는 멧돼지 5마리가 나타났다.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먹이를 찾아 주택가로 내려온 멧돼지들이었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사냥꾼들이 이 중 한 마리를 사살하고, 두 마리는 포획했지만 두 마리는 결국 놓쳤다. 이 지역은 서울시내에서 멧돼지 출몰이 잦은 곳으로 꼽힌다.

올 1월 3일 오후 10시쯤엔 은평구 불광동의 한 성당 앞에 길이 1m 크기의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경찰 순찰차를 부수는 등 소동을 벌였다. 하지만 경찰과 기동포획단이 출동했을 때 이 멧돼지는 이미 야산으로 도망가고 없었다. 기용선 은평구청 기동포획단 사무장은 "신고가 들어온 이후 기동포획단끼리 연락해 출동하다 보니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산을 끼고 있는 주택가 등지에 자주 출몰하는 멧돼지와 들개에 대한 대대적인 포획 작전에 나서기로 했다. 주민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하는 기존의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선제적으로 집중 포획을 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15일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 야생생물관리협회 등과 함께 북한산 탐방안내소에서 '멧돼지는 산으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포획작전에 돌입한다. 멧돼지 출현이 잦은 북한산 국립공원과 종로구 등 북한산 인접 6개 구 일대에 철제 포획틀(가로 0.68m, 세로 1m, 길이 2.2m) 8개, 주요 이동 경로에 철제 포획장(25㎡) 3개를 설치하고, 공원 바깥 지역에도 포획틀 4개를 놓기로 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멧돼지가 먹이가 놓인 포획장 문에 들어와 인계철선을 건드리면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구조"라며 "포획한 멧돼지는 국립환경과학원에 보내 질병 연구 목적으로 쓸 예정"이라고 했다.

작년 한 해 서울 주택가엔 멧돼지가 155차례 출몰했다. 그중 88.4%인 137건이 북한산 국립공원에 인접한 종로구(41건)와 은평구(34건), 도봉구(23건), 성북구(15건), 서대문구(13건), 강북구(11건)에서 발생했다. 현재 북한산 국립공원엔 약 120마리의 멧돼지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산 1㎢당 2.1마리꼴이다. 그동안 이 6개 구청엔 "불안해서 못 살겠으니, 적극적으로 멧돼지를 잡아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서울시는 올 연말까지 이 중 40~50마리를 잡을 계획이다. 또 올 연말까지 멧돼지의 이동 경로, 개체 수, 서식지 등을 조사해 '북한산 멧돼지 생태지도'도 만들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전문 기관의 협조를 얻어 멧돼지를 집중 포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등산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들개도 포획하기로 했다. 종로·은평·서대문구 등 7개 자치구와 함께 14일부터 2주간 북한산·인왕산·백련산·관악산 일대에 서식하는 들개 50마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북한산 등지에 사는 들개를 약 140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북한산 등 도심 야산과 야산 주변 주택가 2㎞ 이내에 들개를 잡기 위한 포획틀 28개를 설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집에서 키우던 개를 산에 버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들개 무리가 늘고 있다"며 "산에서 광견병에 걸린 들개는 등산객의 안전을 해칠 수도 있는 만큼 포획을 통해 개체 수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