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들인 캔버스… 삶과 죽음을 말하다

한국 단색화를 얘기하는 데 서양의 '모노크롬'을 빼놓을 순 없다. 단색으로 캔버스를 메우는 모노크롬은 내용, 주제, 선과 형태 등을 없앤 구성에서부터 출발했다.

모노크롬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오베르텡(1934~2015)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4월 23일까지 열린다. 한국 첫 전시이자 타계 이후 열리는 첫 전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60년 넘게 작업한 대표작인 레드 모노크롬 회화 연작과 조각 등 총 28점으로 이뤄져 있다.

오베르텡의 작품은 대부분 붉은색이다. 같은 붉은 계통이지만 자세히 보면 색이 조금씩 다르다. 작가에게 붉은색은 가장 강렬한 색상인 동시에 삶과 죽음 등의 추상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색이다. 채색 방식도 독특하다. 일반적인 회화의 틀을 깨고자 붓 대신 숟가락, 못, 나사 같은 재료를 사용했다. 숟가락 뒷면으로 물감을 떠 발라 캔버스를 채우는가 하면 붉은색 물감을 짜낸 흔적을 그대로 살리기도 했다. 캔버스 뒷면에서 앞으로 못을 박아 못이 화판 표면을 뚫고 나오게 한 작품도 있다.

1960년 작가는 처음으로 작품에 불(火)을 도입했다. 작품 '타블로 푸'(2009)는 알루미늄 표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은 후 수십 개의 성냥을 꼽아 불을 붙여 순식간에 태워버리는 추상 작업이다. 불을 붙인 후 남은 그을음이 작품의 일부가 된다.

오베르텡은 1960년 유럽 전역의 젊은 작가들로 구성된 전위 예술 그룹인 '제로그룹'에 소속돼 활동했다. 독일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 프랑스 니스 등에서 개인전을 선보였으며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프랑스 리옹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02)730-2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