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더 타려고… '반납' '추납' 늘고 있다

15일 국민연금공단 서울 송파지사 민원실에는 국민연금 급여 상담을 위해 온 20여명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국민연금에 15년 3개월 가입하고 작년 말 퇴직한 박모(61)씨는 올 5월부터 받을 예상 연금액이 월 81만5000원이었다. 상담원은 "그동안 소득이 없다고 '납부예외' 신청을 하고 안 냈던 돈(보험료)을 지금이라도 소득(월 100만원)을 신고해 내면 예상 연금액이 월 90만1000원으로 8만6000원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 후 새 직장을 얻기까지 6년간 소득이 없다며 보험료를 내지 않았었다. 박씨는 "6년치 보험료 695만원을 한꺼번에 더 내면 한 해 103만원을 연금액으로 더 받게 된다"며 "퇴직금을 은행에 묵혀 두는 것보다 연금에 목돈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김모(58)씨는 "내가 61세가 되면 받을 연금액이 얼마냐"고 물었다. 17년간 직장에서 연금에 가입하고 현재 무직인 그가 탈 예상연금액은 월 70만원이었다. 상담원은 "예전에 퇴직하면서 일시금으로 받은 연금보험금(정기예금 이자를 붙인 422만원)을 반납하라"고 권했다. 김씨는 1993년 퇴직하면서 5년간 냈던 연금 보험료(140만원)를 되돌려 받았었다. 이 돈을 반납하면 가입 기간이 22년으로 늘어 연금액이 월 70만원에서 월 89만원으로 늘어난다.

국민연금공단 전국 지사에는 연금을 한 푼이라도 더 타려는 베이비부머(53~61세)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직장을 퇴직하면서 당시까지 냈던 연금 보험료를 '반환일시금' 명목으로 받았거나, 실직·휴직 등으로 내지 않았던 연금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서 가입 기간을 늘리려는 이들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처럼 퇴직·실직으로 중도에 타갔던 연금 보험료를 반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1999년까지는 퇴직 때 최소 가입 기간(15년·현재는 10년)을 못 채우면 낸 돈을 모두 되돌려 받았다. 당시 일시금으로 받아간 게 500만건에 달한다. 이 돈을 반납하겠다는 신청 건수가 2010년 5만5033건에서 2014년 8만415건, 작년 10만2883건으로 늘었다.

소득이 없다고 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것을 한꺼번에 몰아내는 경우(추가 납부)도 2010년 2만5717건에서 2014년 4만1165건, 작년 5만8244건으로 늘었다. 반납·추납금을 동시에 내 1000만원이 넘는 목돈을 한 번에 내는 가입자들도 있다. 이래광 국민연금공단 가입자지원실장은 "연금액을 더 타려면 가입 기간을 늘리는 게 최상책이고, 반납·추납하는 경우 하루라도 빨리 내는 게 더 이익"이라고 했다. 반납은 늦게 할수록 나중에 이자가 더 늘고, 연금은 수익비(낸 돈 대비 받는 돈)가 매년 떨어지고 있어 추납도 빨리 할수록 더 타기 때문이다. 반납·추납하는 경우는 작년 한 달 평균 1만3427건에서 올해 1~2월 평균 1만5329건으로 전국적으로 크게 늘고 있다.

더욱이 61세가 돼 연금을 탈 나이가 됐는데도 몇 년 묵혔다가 '연기연금'을 타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연금을 1년 묵히면 이자율이 연 7.2%나 돼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61세가 넘어서도 연금 타기를 미루는 이들이 2014년 8181명에서 지난해 2만1471명으로 늘었다.

이 실장은 "결혼으로 퇴직해 연금을 못 받던 전업주부들도 직장인처럼 추가 납부를 허용하는 연금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전업주부들도 연금을 탈 기회가 생겨 국민연금이 노후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