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펀드인데… '클래스'따라 수수료 달라

직장인 박모(29)씨는 최근 출시된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같은 펀드 이름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름 뒤에 붙어 있는 알파벳에 따라 수익률이 달랐다. 그래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에 빠졌다. 현재 출시된 공모(公募) 펀드의 상당수는 박씨가 선택을 고민한 것 같은 '멀티 클래스' 펀드다. 같은 방식으로 운용되지만, 펀드 뒤에 붙은 알파벳으로 클래스(등급)를 구별해 놨다. 클래스가 다르면 수수료나 보수도 다르다. 이름이 같은 펀드라도 10년씩 장기 투자를 하게 되면 클래스에 따라 수익률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클래스별 장단점을 잘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클래스별로 수수료·보수 달라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쉬운 클래스는 A, C, E, S 등 네 가지 정도다. A클래스는 펀드에 가입할 때 먼저 선취(先取) 수수료를 떼가는 대신 판매보수를 적게 뗀다. 반면, C클래스는 선취 수수료가 없는 대신 투자 기간에 따라 일정비율의 판매보수가 붙는다. 통상 보수를 A클래스보다 많이 떼간다. 장기 투자를 하려면 A클래스를, 3~4개월 정도 뒤 펀드를 환매할 단기 투자자라면 C클래스가 적합하다.

A·C클래스는 금융회사 창구에서 살 수 있는데, E·S클래스는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창구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는 물론이고 판매보수도 비교적 적다. E클래스는 주로 금융회사의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S클래스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출자해 만든 펀드온라인코리아의 펀드슈퍼마켓에서 판매된다. S클래스 펀드는 A나 C클래스는 물론이고 E클래스보다도 수수료· 보수가 저렴하다.

◇클래스에 따라 원금 손실 여부 갈리기도

본지가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펀드별 보수 및 비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 중 S클래스의 판매보수는 연평균 0.31%였다. 이는 A, C, E등을 포함한 다른 클래스의 연평균 판매보수 0.78%의 5분의2에 불과하다.

보수의 차이 때문에 수익률도 갈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피델리티가 운용하는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증권자투자신탁'의 경우 S클래스는 14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0.6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C클래스는 -0.03~-0.2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JP모건이 운용하는 'JP모건러시아증권재투자신탁'도 S클래스는 최근 1년간 수익률이 0.9%지만, C클래스는 -0.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 기간 따라 장단점 따져야

물론 판매보수가 낮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비용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S클래스는 가입 후 3년 이내 환매하면 후취(後取)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단기 투자자에겐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판매된 펀드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 금융회사 소속 전문가와 상품에 대해 상담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선택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면 S클래스 등 비용이 적게 드는 펀드 등급을 선택하는 게 좋고, 환매 시점 등을 잡을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A나 C클래스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