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K-Book', 파리에 펼쳐진다

한국이 주빈국(Guest of Honour)으로 참가하는 제36회 파리도서전이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17일 개막한다. 한·불 수교 130주년과 맞물린 이번 행사엔 문학·인문·만화·아동 등 분야에서 30명의 한국 작가들이 초대되어 '새로운 지평: K-북'이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 문화 콘텐츠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도서전 전야제는 하루 전날인 16일 오후 5시(현지 시각)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나흘 일정의 도서전 기간 내내 전시장과 프랑스국립도서센터(CNL) 등에서 프랑스 작가들과 함께 작품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40여 차례의 '교차강독(cross-reading)' 행사를 이어간다. 18일 오후 소설가 이승우씨가 '원죄:악은 왜 존재하는가?'를 놓고 프랑스 극작가 베네딕토 칸토어와 대담하고, 은희경 작가는 줄리아 크리스테바 등과 함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개막 당일에 '오늘의 한국을 이끄는 책들'을 주제로 발표하는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교수는 "이승우, 황석영의 소설이 서구 문학에선 이제 찾아보기 힘든 성속(聖俗)과 앙가주망(참여)의 문제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등 우리 문학은 세계문학의 보편성에 근접했을 뿐 아니라, 그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작가와 작품에 대한 프랑스 사람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베라 미샬스크 호프만 파리도서전 조직위원장은 "프랑스 독자들 사이에선 이미 수많은 한국 도서가 널리 읽히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전을 맞아 파리 시내의 유명 서점 중 하나인 지베르 조제프(Gibert Joseph)에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한국 도서 및 한국어 도서 2000종 1만여 권을 전시·판매하기로 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문학번역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5개 출판 기관·단체가 공동 운영하는 506㎡ 크기의 주빈국 전시 공간에선 초청 작가들의 대표 저서 60권을 전시하는 '작가관',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도서용 앱(응용프로그램)을 시연하는 '전자출판관', 일러스트레이터 전문 작가 30명의 작품을 전시한 '그라폴리오관' 등을 운영한다.

프랑스 출판협회 후원으로 열리는 파리도서전은 55개국 1500개사가 참여하고 전체 전시장 규모가 4만㎡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25만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일반인 참여를 제한한 런던도서전과 달리 독자들의 관람이 자유로운 것도 특징이다. 프랑스 측이 이번에 우리나라의 동화 작가와 만화가를 많이 초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밑그림도 없이 순식간에 벽면 가득 수많은 인물 군상(群像)을 그려내는 '즉석 드로잉(drawing)쇼'의 귀재 김정기 작가가 두 차례 이상 쇼를 펼치고, 네이버의 일러스트레이션 사이트인 그라폴리오 작가 '퍼엉'(필명)이 '작가와의 만남'을 갖는다.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 문학의 높은 수준과 아동문학·웹툰 작품들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