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채권 펀드, 일주일 새 1564억원 몰렸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증시 불안의 여파로 투자의 시계(視界)를 짧게 가져가는 투자자가 늘면서 단기 채권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기 채권 펀드는 전자단기사채(전단채)나 기업어음(CP) 등 만기가 1년 미만으로 짧은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과거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입출금이 자유로운 머니마켓펀드(MMF)에 몰렸다. 하지만 최근엔 MMF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성격은 MMF와 비슷하나 조금이라도 수익률이 더 높은 단기 채권 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이다. 최근 MMF는 연 1.4~1.5% 수익률이 나오는데 단기 채권 펀드는 이보다 다소 높은 연 1.7~2.0% 정도의 수익률이 나온다.

◇MMF는 주춤, 단기 채권 펀드는 인기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초단기 채권형 펀드 13개의 설정액은 3조383억원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초단기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2조2314억원으로 1년 새 8069억원(36%) 늘었다. 최근 일주일간은 설정액이 무려 5%(1564억원)가량 늘어나면서 단기 채권 상품의 인기는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단기 채권 펀드의 인기는 느는 반면, 단기 상품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유사한 MMF는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119조4791억원이던 MMF 설정액은 5거래일 연속 감소해 이달 11일에는 110조7316억원까지 7% 가까이 줄었다. 이후 소폭(4358억원) 늘어나 14일 기준으로 111조1674억원이 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MMF와 성격은 비슷하지만, MMF보다 0.2~0.5%포인트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단기 채권 펀드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단기 채권 펀드 '봇물'

단기 채권 펀드의 수요가 늘어나자 운용사들은 단기 금융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등장한 단기채 상품 중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e단기채증권투자신탁'과 KTB자산운용의 'KTB전단채증권투자신탁'이 눈에 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출시된 '한국투자e단기채증권투자신탁'은 출시한 지 보름여 만에 257억원을 모았다. 이 펀드는 신용도가 높은 전자단기사채(전단채)나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한다. 전단채는 실물 없이 발행되다 보니 발행 비용이 적어 같은 신용등급의 회사채보다 투자자가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또 만기가 보통 3개월 정도로 짧아 장기 채권 시장의 요동에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1월 13일 출시된 KTB자산운용의 'KTB전단채증권투자신탁'도 최근 1개월간 설정액이 330억원 느는 등 출시 두 달도 안 돼 570억원 규모로 커졌다. 전단채에 직접 투자할 경우 최소 1억원 이상 투자해야 하지만, 이 펀드들을 통하면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단기 CP에 주로 투자하는 유진자산운용의 '유진챔피언단기증권자투자신탁'도 최근 한 달간 설정액이 110억원 늘었고, 단기 국공채에 투자하는 IBK 자산운용의 'IBK단기국공채증권자투자신탁'도 최근 한 달간 220억원이 늘었다.최근엔 환매 수수료를 없애 MMF처럼 언제라도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는 단기 채권 펀드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 상품이라는 점은 투자자들이 명심해야 한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단채나 CP 등의 투자 자체는 크게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개별 종목 중에선 부도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며 "해당 펀드가 어떤 전단채나 CP에 투자하는지 찾아보는 한편, 발행 회사의 신용 등급도 꼼꼼히 따져보고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