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학생 딸을 폭행하고 시신을 내버려두어 숨지게 한 ‘부천 목사 부부 친딸 살인사건’부터 ‘평택 실종 아동 계모 학대 사망사건’ 및 ‘부천 젖먹이 학대 사망사건’ 등 친부모가 어린아이들을 학대해 숨지게 하는 패륜적인 자녀 학대 살인사건들이 언론에 꼬리를 물고 잇달아 등장하면서 사회적인 우려와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비단 특수한 개인의 국지적인 범죄로 보는 근시안적 시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심각하게 인식하여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더불어 ‘부모교육을 법적 의무화’ 하는 등 실효성 있는 해결책 모색이 어느 때 보다 시급하다.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사건인 ‘부천 목사 부부 친딸 살인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당 이 목사는 경기도 부천의 모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독일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학력수준이 양호한 사람이었지만 독일 유학 중에 부인이 사망하고 자신이 겸임교수로 있는 평생교육원에서 만난 백 모 여인과 재혼하면서 부모와 자녀 간의 극심한 갈등으로 가정이 붕괴하여 일어난 참극이며, ‘평택실종 아동 계모 학대 사망사건’도 3년이 넘는 계모의 학대로 7살 아이가 사망하자 시신을 베란다에 10일간 버려둔 후 암매장한 사건으로 두 사건의 공통점은 가족관계 변화에 따른 계모에 의한 자녀 학대 후 살인사건이다.
또 다른 사건인 ‘부천 젖먹이 학대사망사건’은 3월 9일 부천에서 생후 3개월이 채 안 된 딸을 바닥에 떨어뜨린 후 내버려둬 숨지게 한 사건으로 22살 동갑내기 부부는 2014년 10월 결혼해 혼인신고를 한 정식부부였지만 고등학교를 중퇴한 남편은 얼마 전 다니던 공장을 나와 생활비를 벌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2014년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펴낸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를 살펴보면, 학대 행위자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양육 태도 및 방법 부족’(10,076건),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또는 고립을 경험하는 경우’(6,200건), ‘부부 또는 가족 구성원 간 갈등’이 있는 경우(3,050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최근의 패륜적인 사건들의 원인을 살펴보면 ‘부모교육의 부재’, ‘가족관계 변화에 따른 부모-자녀 간의 갈등’, ‘경제적 빈곤에서 오는 양육에 대한 엄청난 스트레스’, ‘부모로부터의 학대의 대물림’, ‘부모의 경험과 정서상태’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큰 틀에서 보면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전근대적인 가정문화와 더불어 가족관계 변화에 따른 부모 역할에 대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부모교육의 부재 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특히 거시적인 안목에서 급격한 가족관계의 변화에 따른 정부의 가정지원대책 사전 대처 부족과 부모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전통적인 대가족제도에서는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부모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경제상황과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전통적인 가족관계의 해체와 더불어 핵가족화와 혼합 가족화 등 비전통 가족으로의 급격한 변화는 고립되고 단절된 가족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러운 부모교육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기저에 깔린 잘못된 가족문화인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경향과 타인 가정사에 대한 무관심 등이 더해지면서 자녀 학대 살인사건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현재 표출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녀 학대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여러모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급속한 가족관계 변화에 대한 올바른 대처와 잘못된 가족관계 인식을 바로잡을 방법은 무엇일까? 그 출발점은 사회의 기초단위가 성립되는 가족을 이루기 위한 혼인관계가 성립되기 이전부터 부모교육을 강화하고 제도화 하는 데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혼인에 대하여 너무 쉽고 관대하여 남녀가 혼인신고만 하면 부부가 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연유로 가족의 역할과 기능도 잘 모르면서 준비 안 된 부모가 되다 보니 자녀도 계획 없이 낳고 부모의 소유물로 잘못 인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부가 되기 전인 결혼 전과 아이를 출산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제대로 된 부모교육을 법적으로 강제하여 선행(先行)하여야만 우리 사회의 패륜적인 아동학대 사건들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관련 정부부처는 2016년 2월 26일 ‘제3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범정부 아동학대 대책추진협의회’를 설치해 아동의 감금·학대 및 사망 사건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고 한부모가족 등 부분적인 부모교육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정부의 ‘제3차 건강가정 기본계획 수립’도 하였다. 서울시도 3월 9일 서울시 의회에서 이신혜 의원 발의로 ‘서울시 아동학대 예방 및 방지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으며 13일에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시민방위훈련에 부모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가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이와같이 아동 실태 파악 및 안전망 구축 등 여러 가지 부분적이고 단기적인 대책도 중요 하겠지만,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가정이 답습해 오고 있는 잘못된 가정문화의 개선과 준비 안 된 부모를 양산하는 현행법을 보완하여 혼인전과 출생신고 시 부모교육을 법정 의무교육으로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더불어 현행 교육체계에 부모교육을 전면 도입하여 생애 주기별 모든 국민이 필수적으로 이수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인 가정교육시스템을 완비하여 제대로 된 가족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기초적인 단위인 가족의 근간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