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45편 보는 상위 0.1% 'VVIP 관객'은 누구?

"내 이름은 나영화, 41세 남자다. 별일 없으면, 매주 영화관을 찾는다. 어렸을 때부터 '주말의 명화' '토요 명화'를 틀어주던 TV와 아트하우스 극장을 오가며 영화 보던 습관을 버리지 못했나 보다. 아내와 함께 극장에 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혼자 간다. 아내는 남들이 다 보는 '1000만 영화'나 강동원 같은 꽃미남이 나오는 영화나 돼야 극장에 가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페이스북에 티켓 사진과 함께 간단한 감상평을 올린다. 지난주 아트하우스에서 상영한 '헝거'를 개봉 날 보고 영화 사진과 감상평을 올렸더니 '좋아요'가 100개는 넘었다. 극장은 이런 나를 VVIP 회원이라고 부른다."

국내 극장 점유율 1위(41％)인 CGV는 전체 회원 중 최상위층 회원을 VVIP로 분류하고 있다. 10년 연속 VIP(2007~2016년 VIP 해당) 또는 유료 영화 관람 횟수 상위 0.1% 에 해당하는 이들이다.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최상위층 관객이다. CGV는 "전체 회원 수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롯데시네마의 경우, CGV VVIP에 해당하는 '플래티넘' 등급 회원이 2만명. 롯데시네마는 "플래티넘 관객의 경우 1년에 평균 50편 정도 본다"고 했다.

◇VVIP 회원, 20대가 안 보인다

VVIP 회원의 연간 평균 관람 편수는 44.7편. 일주일에서 열흘에 한 번꼴로 보는 셈이다. 일반 회원(연간 평균 3.9회)에 비해 열 배 이상 많다. 일반 회원은 영화를 한 번만 봐도 가입할 수 있다. CGV는 "VVIP 회원 중에는 연간 80편 이상 관람하는 이가 많다"고 했다. 일반 회원에서 여성 비중이 과반(59.2％)을 차지하는 것과는 반대로, VVIP 회원은 남성(54％)이 여성(46％)보다 많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40.9세. 30대 후반(35~39세)이 가장 큰 비중(19.2％)을 차지하고 그 뒤를 잇는 것이 50대 이상과 30대 초반(30~34세), 그리고 40대다.

CGV 이승원 리서치센터 팀장은 "지금의 50대는 동시상영관과 프랑스문화원 등을 다니며 영화를 보던 세대였다. 40~50대에게 영화 관람은 중요한 문화 활동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영화에 대한 동경과 낭만을 갖고 있다. 10~20대 때 막 생겨난 멀티플렉스를 즐긴 30대까지도 여가나 놀이 하면 영화를 많이 떠올린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20대에게 영화관은 더 이상 문화와 오락의 중심지가 아니다. 김형호 영화 시장 분석가는 "20대는 TV와 컴퓨터, 모바일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유튜브, 포털사이트, SNS에서 제공하는 동영상을 보고 즐기는 데 익숙하다"고 했다. 20대들의 놀이터는 영화관이 아니라는 얘기다.

◇VVIP는 예술영화를 좋아해

40~50대 VVIP 회원 중에는 한때 '시네필'(영화팬)이라고 불렸던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이들은 요즘 어떤 영화를 즐겨볼까? CGV에 따르면 VVIP 회원들의 가장 두드러진 관람 특징은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아트하우스 이용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VVIP 회원들의 아트하우스 티켓 구매 비율은 7.8％로 일반 관객보다 네 배 이상 높다. 2015년 VVIP 회원들이 많이 본 영화 100위 중 아트하우스에서 상영한 작품은 6편이었다. 같은 기간, 일반 관객이 많이 본 영화 100위 중 아트하우스 상영작은 '이터널 선샤인' 단 한 편이었다.

극장에서 VIP, VVIP 회원을 일반 회원과 구별해서 혜택을 주는 이유는 이들이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CGV가 회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영화를 본 뒤 SNS와 블로그에 영화 감상을 남기는 비율은 VIP 이상 고객이 일반 고객보다 1.6배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