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바꾸고, 척추 손보고… 비행기 수명 최대 20년 연장
입력 : 2016.03.22 00:31
[뉴 테크놀로지] 수명 다한 노후 기체 개조 작업
- 노후 여객기, 화물기로 변신
기체 분해 후 손상상태 확인, 날개 등 핵심부품은 반드시 교체
교체 불가능한 동체는 보수 작업
- 군용기 수명 연장
美서 39년 된 對潛초계기 들여와 전자광학카메라 추가하는 등
성능 대폭 향상… P-3CK로 개조
미국 항공기제조사 보잉은 지난달 25일 중국 상하이에서 "최근 세계 7개 항공사의 여객기 55대를 화물기로 개조해주는 작업을 수주했다"며 개조된 화물기를 공개했다. 여객기인 B737-800을 개조한 이 화물기는 최대 약 24톤(t)을 싣고 3700㎞를 날 수 있다.
보잉은 향후 20년 동안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하는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1000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 수요 중 3분의 1은 중국에서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세계가 전부 불황을 겪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와 같은 온라인 유통사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이 사업자들이 파는 물건은 해운이 아닌 항공 운송에 적합한 제품들"이라고 분석했다. 보잉이 항공기 개조사업으로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체 수명 최대 20년까지 늘려
항공기 개조 작업의 핵심은 '수명 연장'이다. 개조 대상이 되는 항공기는 대부분 수명이 다한 노후 기체들이기 때문이다. 여객기의 경우 기령(機齡·기체의 연령)이 15년 이상, 군용기는 25~40년 된 항공기들이다. 하지만 노후 기체들도 개조 과정에서 수명 연장 작업을 거치면 개조 후에는 최대 20년까지 더 사용할 수 있다.
보잉은 향후 20년 동안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하는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1000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 수요 중 3분의 1은 중국에서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세계가 전부 불황을 겪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와 같은 온라인 유통사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이 사업자들이 파는 물건은 해운이 아닌 항공 운송에 적합한 제품들"이라고 분석했다. 보잉이 항공기 개조사업으로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체 수명 최대 20년까지 늘려
항공기 개조 작업의 핵심은 '수명 연장'이다. 개조 대상이 되는 항공기는 대부분 수명이 다한 노후 기체들이기 때문이다. 여객기의 경우 기령(機齡·기체의 연령)이 15년 이상, 군용기는 25~40년 된 항공기들이다. 하지만 노후 기체들도 개조 과정에서 수명 연장 작업을 거치면 개조 후에는 최대 20년까지 더 사용할 수 있다.
개조 작업을 위해 입고(入庫)된 기체는 도장(塗裝)을 제거한 뒤 분해한다. 이어 부분별로 X레이, 형광물질 침투검사 등 비(非)파괴검사를 통해 손상 상태를 확인한다. 조정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성능개량기술팀장은 "사람으로 치면 수술 전 검사 단계"라며 "새 부품으로 갈아야 할지, 수리만 하면 될지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는 특히 항공기 수명과 직결되는 주(主) 날개, 보조날개, 연결 부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핵심 부품(Core Part)으로 분류되는 부분은 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반드시 교체한다. 주 날개는 통째로 다시 만들어 붙이는 경우가 많다.
교체가 불가능한 동체(몸통 부위)에 대해서는 수명 연장 작업이 진행된다. 인체(人體)에 비유했을 때 '척추'에 해당하는 '벌크 헤드(bulk head)'는 보수하고, '갈비뼈'에 해당하는 '프레임(frame)'은 새것으로 교체한다. 이후 조립, 내부 시스템 장착, 재(再)도장, 작동 점검의 단계를 거쳐 출고된다.
◇미군도 겁내는 항공기 개조의 대표작, P-3CK
항공기 개조는 완성기(機) 자체 생산에 버금가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내부 공간 변형에 따른 무게 중심 유지, 중요 교체 부위 제작 등의 고난도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치기 때문이다.
주로 여객기를 화물기로 바꾸거나 군용기의 수명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 여객기의 경우 소비자들이 기령을 안전성의 지표로 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개조된 항공기를 여객용으로 쓰는 경우는 별로 없다.
국내에서는 KAI와 대한항공이 항공기 개조 기술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특히 KAI가 2010년 진행한 우리 해군의 대잠(對潛) 초계기 P-3C 개조 작업은 대표적인 수명 연장·성능 개량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당시 해군은 미 해군이 25년간 사용한 뒤 14년간 애리조나 사막에 방치하던 이 군용기를 대당 100억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사들였다. 해군의 발주를 받은 KAI는 P-3C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켜, P-3CK로 개조했다.
P-3CK는 기존 적외선 카메라 외에 전자광학 카메라를 추가해 승무원이 간단한 조작으로 20㎞ 떨어져 있는 물체도 식별할 수 있게 했고, 레이저를 이용해 미약한 빛도 감식할 수 있게 했다. 또 탐색한 내용을 3차원 영상의 형태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이런 기능 때문에 P-3CK는 전력 노출을 우려한 미군으로부터 합동훈련 참가 거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경우, 주로 여객기 서비스를 고급화하기 위해 자사(自社) 항공기 내부를 개조하고 있다. 또 대한항공은 해군의 2차 P-3C 개조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 안영수 선임연구원은 "항공정비 산업은 최근 10년 사이에 30.7%가 성장한 급성장 산업"이라며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 및 내수 침체 등으로 인한 고용 위축에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체가 불가능한 동체(몸통 부위)에 대해서는 수명 연장 작업이 진행된다. 인체(人體)에 비유했을 때 '척추'에 해당하는 '벌크 헤드(bulk head)'는 보수하고, '갈비뼈'에 해당하는 '프레임(frame)'은 새것으로 교체한다. 이후 조립, 내부 시스템 장착, 재(再)도장, 작동 점검의 단계를 거쳐 출고된다.
◇미군도 겁내는 항공기 개조의 대표작, P-3CK
항공기 개조는 완성기(機) 자체 생산에 버금가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내부 공간 변형에 따른 무게 중심 유지, 중요 교체 부위 제작 등의 고난도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치기 때문이다.
주로 여객기를 화물기로 바꾸거나 군용기의 수명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 여객기의 경우 소비자들이 기령을 안전성의 지표로 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개조된 항공기를 여객용으로 쓰는 경우는 별로 없다.
국내에서는 KAI와 대한항공이 항공기 개조 기술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특히 KAI가 2010년 진행한 우리 해군의 대잠(對潛) 초계기 P-3C 개조 작업은 대표적인 수명 연장·성능 개량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당시 해군은 미 해군이 25년간 사용한 뒤 14년간 애리조나 사막에 방치하던 이 군용기를 대당 100억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사들였다. 해군의 발주를 받은 KAI는 P-3C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켜, P-3CK로 개조했다.
P-3CK는 기존 적외선 카메라 외에 전자광학 카메라를 추가해 승무원이 간단한 조작으로 20㎞ 떨어져 있는 물체도 식별할 수 있게 했고, 레이저를 이용해 미약한 빛도 감식할 수 있게 했다. 또 탐색한 내용을 3차원 영상의 형태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이런 기능 때문에 P-3CK는 전력 노출을 우려한 미군으로부터 합동훈련 참가 거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경우, 주로 여객기 서비스를 고급화하기 위해 자사(自社) 항공기 내부를 개조하고 있다. 또 대한항공은 해군의 2차 P-3C 개조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 안영수 선임연구원은 "항공정비 산업은 최근 10년 사이에 30.7%가 성장한 급성장 산업"이라며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 및 내수 침체 등으로 인한 고용 위축에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