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원자재 펀드… 올 들어 3350억원 몰려

원자재 펀드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8일 기준으로 연초 이후 천연자원, 농산물, 금 등에 투자하는 원자재 펀드로 들어온 자금은 3350억원에 이른다. 최근 한 달간으로 따지면 578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찍고 일제히 반등하면서 '저가 매수'의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자재 펀드의 지난 1년간 수익률은 -15.91%로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지만,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6.84%를 기록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5.22%를 앞선다. 원자재 펀드 수익률의 원천은 가격 상승이다. 올 초 배럴당 36.76달러였던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지난달 11일 26.21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18일 39.44달러까지 반등했다. 한 달여 만에 50% 가까이 오른 셈이다. 글로벌 경기의 흐름을 잘 반영한다고 해서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전기동(구리) 가격도 1월 15일 톤(t)당 4310.50달러였지만 지난 18일에는 5103.00달러까지 18% 넘게 급등했다.

◇원유·구리 등 투자 펀드로 돈 몰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가장 많은 자금을 빨아들인 원자재 펀드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 1'이었다. WTI 원유 가격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이 펀드는 최근 한 달간 투자금이 320억원 늘었다. 이 펀드는 최근 1년간 35%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원유 가격 상승에 힘입어 최근 한 달간 20%의 수익률을 기록해 주요 원자재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블랙록 자산운용의 '블랙록월드광업주증권자투자신탁'도 최근 한 달간 107억원쯤 투자금이 늘어났다. 이 펀드는 구리·금·석탄 등 주요 광물 관련 기업의 주식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최근 한 달간 14%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원자재 ETF, ETN 등 거래도 활발

펀드뿐만 아니라 원자재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와 ETN(상장지수채권) 등도 거래량이 느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원유 ETF인 '미래에셋TIGER원유 선물'은 최근 한 달간 13.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ETF는 지난해 12월 하루 거래량이 20만~150만건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하루에 최대 740만건(2월 11일)이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상장 이후 50%의 수익을 올린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도 하루 평균 15만건쯤 거래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은 변동이 심한 데다 경기 회복으로 수요 자체가 증가한 것이 아닌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 원유 재고 증가를 비롯한 원유 과잉 공급에 대한 부담 등을 감안했을 때 지속적으로 원유 가격이 상승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과 골드만삭스도 각각 구리와 철강 가격에 대해 "기초 여건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므로 최근의 가격 상승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