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깬 여성 CEO 3인의 비결은

페덱스 한국지사·한국 맥도날드·한국P&G는 여성 CEO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 최초 여성 CEO(최고경영자)' 같은 각종 기록을 갖고 있는 이들은 물류업, 외식업, 제조업이라는 각자의 분야에서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여성 불모지는 없다

2006년부터 물류배송업체 페덱스 한국 지사를 맡고 있는 채은미(54) 지사장은 외국계 물류업계 최초의 여성 CEO로 유명하다. 작년 말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부회장으로 선임되며 암참 역사상 최초의 여성 회장단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그는 1987년 페덱스코리아에 입사한 이후 30여 년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신문을 읽고 영어 학원에 갔다. 채 지사장은 이미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도 매일 아침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페덱스 코리아 직원 840여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고, 연말연시에는 직접 작성한 카드를 보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채 지사장이 남성적인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물류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성실함과 섬세함 덕분"이라고 말한다.

◇주방 공개 프로그램 만들어

3월부터 한국맥도날드 대표로 업무를 시작한 조주연(47) 대표는 한국맥도날드 최초의 여성 사장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작년부터는 한국 맥도날드의 사내 여성 지원 프로그램인 '한국 여성 리더십 네트워크' 회장도 맡고 있다. 이미 전 직장인 모토로라 코리아에서 2000년 초반 여직원을 위한 사내 모임 '여성사업회의'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을 정도로 여성 직원들의 복지에 관심이 많다.

여성 특유의 감성을 접목시킨 마케팅도 빛을 발한다. 2011년 마케팅 총괄 전무로 맥도날드에 입사한 그는 패스트푸드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부모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2013년부터 주방 공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각종 식재료의 원산지와 보관 상태, 조리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패스트푸드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물학자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각종 생활용품을 파는 한국P&G(프록터앤드갬블)의 김주연(49) 사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연세대에서 생물학을 전공, 석사까지 했다. 그는 "어릴 때에는 생물학자가 되어 새로운 식량을 개발해 굶어 죽는 아이가 없도록 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처음 입사한 곳도 의약회사인 한독약품이었다.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마케팅 부서에 배치된 것이 마케팅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였다.

그는 1995년 신문 기사에 나온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 한국P&G 소비자전략본부에 입사했다. 2011년 P&G 최초의 한국인 글로벌 브랜드 프랜차이즈 리더에 취임했다. 그는 평사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승진한 경험을 바탕으로 '너의 열정에 커리어를 더하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