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캐릭터가 돼 영어 배우고 학생이 모르는 문제 올리면 대학생 해설강의 동영상 제공 개인별 맞춤교육 할수있어 미래 성장 가능성 더 커
여덟 살과 다섯 살짜리 아들을 둔 주부 장금연(38)씨는 최근 서점에서 공룡 책을 사고 깜짝 놀랐다. 책에 쓰인 대로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스마트폰을 책 위에 대고 실행하자 공룡이 움직이는 화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공룡에 관해 공부할 수 있겠다"며 만족했다.
ICT(정보통신 기술) 업계에 '에듀테크(edutech)'가 뜨고 있다. 에듀테크란 교육을 뜻하는 영어 '에듀케이션'과 기술의 '테크놀로지'를 합한 말로, 교육에 ICT를 접목해 좀 더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말한다. 업체들이 겨냥하는 주 고객층은 '모모 세대'다. 모모 세대는 모어 모바일(more mobile·더 많은 모바일) 세대를 줄인 말로, 199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나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에 친숙한 세대를 뜻한다.
◇게임 캐릭터가 돼 영어 배워
스타트업(신생 기업) 에이스탁은 지난 1일 학생들이 모르는 문제를 올리면 서울대생들이 동영상으로 해설 강의를 제공하는 과외 앱 '케미스터디'를 출시했다. 이 앱은 2주 만에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교육 카테고리 신규 인기 앱 부문 1위에 올랐다. 웅진씽크빅은 학습지를 디지털 콘텐츠로 만든 '북클럽'을 2014년 출시해 1년 만에 회원 10만명을 확보했다.
한 어린이가 책을 보며 태블릿PC로 내용이 같은 동영상을 보고 있다. 최근 ICT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친숙한 세대가 각종 첨단 기기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에듀테크’가 뜨고 있다. /웅진씽크빅 제공
ICT 대표 업체들도 속속 에듀테크 시장에 뛰어들었다.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와 교육 업체 청담러닝,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합작해 만든 게임식 어린이 영어 교육 프로그램 '호두 잉글리시'는 미국 뉴욕주립대가 주최하는 국제 교육 심포지엄에서 '교육상'을 받았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게임처럼 이용자가 게임 속 특정 캐릭터가 돼 영어를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교육 업체 정상JLS와 업무 협약을 맺고 학원 관리 서비스 '유니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소유한 투자사 케이큐브홀딩스도 지난 1월 영어 학원 '뉴런잉글리쉬'를 인수·합병했다.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청담러닝은 지난 3일 국제기구 유네스코와 계약하고 미얀마 학교 31곳에 영어와 수학 디지털 교과서를 공급하기로 했다. 스마투스의 외국어 온라인 학습 서비스 '비네이티브 프로'는 지난해 중국 공산당 고위 공무원과 일본 대학의 영어 교육 교재로 채택됐다. 네이버 출신 5명이 세운 브레이브팝스의 '클래스123'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생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학부모와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미국·유럽 등에서 2만여 교사가 활용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교육도 가능
에듀테크는 세계적 추세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6'에서 '올해를 이끌 미래 기술 12가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영국 런던의 창업 지원 기관 '런던 앤드 파트너스'에 따르면 영국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현재 175억파운드(약 29조원)에 이르며, 영국 정부는 2020년까지 300억파운드로 키울 계획이다. 미국의 에듀테크 산업 규모도 100억달러(약 11조55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에듀테크는 컴퓨터로 개인별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평가 인력도 절감해 교육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광운대 로봇학부 박광현 교수는 "개인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개개인 수준을 판단하고 이에 맞는 자료를 제시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며 "에듀테크는 기술과 지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학교에서 할 수 없는 세분된 평생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