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남성호르몬과 싸워 이겼죠"

"와, 여기는 여성 요리사가 많네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레스토랑 '류니끄' 주방에 들어선 줄리아 세데프지앙(Sedefdjian·21)이 반갑다는 듯 소리쳤다. 파리 '파블르 드 라 퐁텐' 총주방장인 세데프지앙은 올해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안내서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요리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별을 1개 받았다. 세데프지앙은 올해 스물한 살로, 역대 최연소 미쉐린 스타 셰프가 됐다.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소 프렌치 델리스'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세데프지앙은 "프랑스 주방에는 여자 요리사가 드물다"고 했다. "주방은 여전히 남성 호르몬으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여자 요리사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분위기가 강하죠. 저도 처음 요리사를 시작하면서 지원했던 식당으로부터 '우리는 여자 안 쓴다'며 거부당했으니까요."

주방의 여성 차별 문화를 극복하는 방법은 남자보다 열심히 일하는 것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했다.

시키면 뭐든 해냈다. 요리사로 능력과 열정을 차츰 인정받기 시작했고, 어린 나이에 총주방장 지위까지 올랐다. "우리 주방에서 일하는 7명 요리사 중에서 제가 제일 어려요. 하지만 모두 저를 인정하고 따릅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 저보다 나이 많은 남성들을 통솔하는 방법입니다."

세데프지앙은 "식재료 중에서 생선과 채소를 좋아하는데, 한식에서 즐겨 사용된다고 해서 관심이 많다"고 했다.

"한국 음식은 아직 잘 모르지만, 파리의 한 한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어봤어요. 데운 그릇에 쌀밥을 담고 각종 채소를 얹은 이 요리가 아주 인상적이었지요. 한국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한식을 맛보고 싶습니다."

그는 "프랑스에서도 요리사들의 TV 출연이 잦아지면서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매우 힘든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 하루 8시간입니다. 하지만 정상급 요리사들에겐 적용되지 못해요. 일이 워낙 많고 고되기 때문에 8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죠. 우리 주방 요리사들은 매일 오전 8시 출근해서 자정에 퇴근하는데, 다른 레스토랑도 마찬가지입니다. 떼돈을 벌지도 못하죠. 하지만 매일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며 성장할 수 있고, 자신이 창조한 음식을 먹은 손님이 기뻐할 때 느끼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요리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버티기 힘든 직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