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하기전 이 도서관부터 들른다

전북혁신도시 농촌진흥청 안에 있는 농업과학도서관은 작은 박물관이다. 2층 고서 보전 서고에 들어서면 조선 효종 6년(1655년)에 출간된 농가집성(農家集成·3권 1책), 1800년대 초 영국 런던에서 발간된 곤충학 저널 등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발간된 농업 분야 고서 1500권이 서가를 메우고 있다. 너비 225㎡의 이 서고는 고서 손상을 막기 위해 항온·항습 설비를 갖추고 있고, 일반인의 출입도 제한한다. 류정상 도서관장은 "외부에서 불이 나도 불길이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설계됐다"고 했다.

◇국내 최고(最古) 농업도서관

농업과학도서관은 110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농업 전문 도서관이다. 대한제국이 1906년 6월 경기도 수원에 만든 '권업모범장(勸業模範場·농촌진흥청의 전신)'의 자료실로 출발했다. 보유 장서도 28만4000권으로 국내 농업도서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 도서관이 전북혁신도시에 자리를 잡은 것은 2014년이다. 농촌진흥청이 수원에서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함께 옮겨온 것이다. 지상 3층에 연면적 6378㎡인 신축 도서관 건물은 책을 상자에 넣으면 각 층 서고로 자동으로 배달되는 등 각종 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접근성은 크게 떨어졌다. 도서관은 전주시 서쪽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지난 22일 이 도서관 일반열람실(119석)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올 들어 하루 평균 이용객은 100명 남짓에 불과하다.

◇작년 전자도서관 방문객 225만여명

도서관 측은 수원 시절인 1990년대 중반부터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방안을 인터넷에서 찾았다. 전자도서관과 전자책(e-book)으로 공간의 제약을 극복한 것이다.

이 도서관의 인터넷 사이트(lib.rda .go.kr)엔 매일 평균 6170명이 들어온다. 실제 방문자의 60배를 넘는다. 단골 이용자는 전국 각지의 젊은 농부, 실내원예나 텃밭 농업에 도전하는 도시민, 귀농·귀촌인 등이다. 지난 한 해 농업과학도서관 온라인 방문자는 225만3000명이었다.

이 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전자책은 채소와 과수, 축산, 화훼, 생명공학 기술 등에 걸쳐 1만2000권에 이른다. 논문·자료까지 합치면 23만건이다. 전자책은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24시간 검색하고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또 인터넷으로 책 대출을 신청해 우편으로 받아볼 수도 있다.

홈페이지 내 '농서남북' 코너에서는 '주문형 도서 발간(POD·Print On Demand)'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정 금액을 내면 전자책을 실제 책으로 인쇄해 배송해준다. 지난해 이 도서관은 POD 방식으로 1만3988권을 인쇄해 신청자들에게 보내고 1억2422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업 분야별 전문가도 소개

농업과학도서관은 지난 2001년부터 소장하고 있는 1000여권의 옛 농서(農書)를 국문으로 번역해 전자책으로 펴내는 사업도 계속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실학자 박세당의 농업기술서인 '색경(穡經)', 농업 및 생활 백과사전인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등 53권이 전자책으로 나왔다. 도서 열람과 대출은 농업기술 상담으로도 이어진다. 도서관은 농촌진흥청 고객지원센터와 연계해 회원들에게 농업 분야별 전문가를 소개해준다. 전국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네트워크를 구성해 전문가 현장 출장도 주선하고 있다.

농업과학도서관은 지역 공공도서관 역할도 한다. 작년 말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이모(61)씨는 "일반 도서와 컴퓨터·DVD도 갖추고 있어 아내와 함께 매일 도서관에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