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정리·수납 창고사업' 뜬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230㎡(약 70평) 크기의 창고를 운영하는 맡아줘 박선생은 물품 보관 서비스 업체다. 고객이 가로 68㎝, 세로 43㎝, 높이 32㎝짜리 박스에 짐을 담아 맡기면 습도 조절이 되는 창고에 보관해준다. 보관료는 박스 하나당 월 1만원. 박스에 들어가지 않는 물품은 자체적으로 가격을 매긴다. 이 업체 최정훈 대표는 "2014년 8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는데 한 달에 50명 정도가 짐을 맡기고 있다"며 "주변 사람들이 집값 때문에 집을 계속 줄이는 걸 보고 '도심 속 창고'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정리·수납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집안일' 취급을 받던 집 정리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업체도 생겼고, 불필요한 짐을 맡아주는 '보관 서비스' 업체도 늘고 있다.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정리·수납을 도와주는 물품 매출이 오르고 있다.

◇공간 이용 극대화를 위한 정리·수납

과거 물품 보관 서비스는 이삿짐 업체가 유학이나 이민, 이사 등으로 생긴 대량의 짐을 컨테이너를 이용해 맡아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요즘 생겨나고 있는 물품 보관 업체들은 소량의 짐을 맡아준다. 방학 기간 동안 기숙사나 원룸에서 짐을 뺐다가 다시 가져와야 하는 대학생,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살면서 자전거·스키 등 부피가 나가는 짐을 갖고 있는 사람 등이 주로 이용한다.

최근 문을 연 마이박스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약 133㎡(40여평) 규모로 습도 조절이 되는 창고를 만들어놓고 보안 시스템과 바코드 시스템, 박스별 잠금장치 등을 설치했다. 최성욱 대표는 "두 달 동안 시범 운영을 해봤는데 방학 동안 고향 집에 내려가는 대학생이나 계절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맡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더라"고 말했다.

정리 전문가와 정리 전문 업체도 있다. 한국정리수납협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금까지 3만7000명이 정리 교육을 받았다. 정리 전문 업체 '덤인'은 100㎡(약 30평) 크기의 집을 정리하는 데 100만~130만원 정도를 받는다. 이성희 덤인 과장은 "이용객 수가 계속 늘고 있어 전국에 20여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물건을 정리할 수 있는 용품도 인기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주까지 현관·주방·다용도 정리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32.1% 증가했다. 작년 6월 경기도 일산 이마트타운에 약 2000종의 공간 정리 상품을 모아 정리용품 전문 숍인 '더 라이프'를 열기도 했다. 손장호 이마트 인테리어 상품 담당자는 "좁은 집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정리용품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도 작년 자투리 공간에 옷을 보관할 수 있는 폴행거 등의 매출이 전년 대비 77% 늘었고 같은 기간 틈새 서랍(55%), 투명 수납함(60%) 등의 매출도 크게 올랐다.

◇1인 가구·집값 상승이 불러온 정리 열풍

해외에서는 오래전 정리·수납 관련 시장이 형성됐다. 작년 시사 주간지 '타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일본의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를 꼽을 정도였다. 한국의 정리·수납 시장이 커지는 것은 1인 가구의 증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주거 공간 축소 등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대표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좁은 원룸·오피스텔 등에서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중요해졌다"며 "정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매년 50%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