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油 투자, 30달러에 사서 50달러에 팔라"

올 초 2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유가가 최근 반등세를 보이자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1년 반 전만 해도 100달러가 넘던 유가가 20달러대까지 추락하자 '더는 내려갈 곳이 없다'는 공감대가 시장에 형성된 것이다. 한국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원유 상승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인 'TIGER 원유선물(H)'의 지표 가치 총액(일종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2338억원에서 3개월여 만에 30% 증가해 3042억원(28일 기준)이 됐다. 하루 거래량이 지난해 말만 해도 100만주를 넘기 힘들었지만 최근 1~2주간은 평균 200만주를 넘나들고 있다. 국내 자산 운용사가 운용하는 원유 관련 ETF는 미래에셋의 TIGER 원유선물(H) 뿐이며, KB자산운용은 미국 원유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ETF(K STAR 미국 원유 생산 기업)을 운용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올해 들어 원유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 문의가 지난해보다 2~3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유가, 공급 과잉 탓에 추가 상승은 제한될 듯

지난달 중순만 해도 배럴당 30달러선이 무너졌던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지난 17일 올해 들어 처음 40달러선을 회복하는 등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WTI 가격은 지난 21일 올해 들어 최고점(41.52달러)을 기록한 뒤 잠시 주춤해 24일 현재 39.4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유가가 상승 기조로 접어든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금리 동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 동결 논의 등의 낭보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중동 산유국의 기나긴 '증산(增産) 공세'에 미국의 소규모 원유 생산 기업들의 파산 위기가 높아지면서 미국의 원유 생산이 작년 하반기 이후 증가세가 주춤해진 것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시장에서는 원유 생산의 손익분기점 등을 감안할 때 유가 40달러선 회복을 '패닉'에서 벗어나 정상화 단계에 진입하는 과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 산유국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을 보통 40달러대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가가 계속해서 상승 가도를 달릴 수 있느냐를 두고는 부정적 의견이 많다. 40달러선을 회복했다고 해서 50달러, 60달러선에 몇 개월 만에 도달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유가 하락의 근본적인 문제인 '수요 부족, 공급 과잉' 상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고, 미국의 셰일가스·오일 등이 생산되면서 수년에 걸쳐 막대한 양의 원유가 생산된 상태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던 2~3년 전 원유 시추 관련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진 것도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원자재&해외투자연구소 이석진 소장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지 않는 이상, 배럴당 60달러 이하의 저유가 시대는 앞으로 1~2년은 지속된다고 봐야 한다"며 "제한된 범위 안에서의 유가 변동성은 상당히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손실 위험 줄이려면 DLS에 투자하라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 기조에 편승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가 상승 한계선이 뚜렷한 데다 30~40달러대에서의 급등락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선성인 연구원은 "원유 투자의 대표 선수라 할 수 있는 ETF와 ETN(상장지수증권)은 주식과 다를 바 없는 위험 자산"이라며 "목표 수익률과 손절매할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분명히 정하고 들어가고, 시장 관련 뉴스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원유 관련 투자 상품의 매수·매도 시점으로는 각각 30달러 초반, 40달러 중반~50달러 초반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석진 소장은 "원유 투자에 관심은 있는데, 손실 위험이 걱정되는 사람은 원유를 기초 자산으로 하면서 설정 구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수익이 보장되는 파생결합증권(DLS) 투자를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DLS는 주가연계증권(ELS)과 구조가 거의 같지만 기초 자산을 특정 종목이나 주가지수로 하는 ELS와 달리 금리, 특정 기업 신용도, 원자재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