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효소 넣은 빨래 세제… 삼겹살·김치찌개 얼룩 '싹'

빨래 세제가 진화하고 있다. 음식을 소화하는 효소를 세제에 넣어 빨래에 묻은 음식이 잘 떨어지도록 만든 기능성 세제가 나오는가 하면, 보관이 어려운 가루 세제의 단점과 계량을 해야 하는 액체세제의 불편함을 보완한 시트(sheet)형 세제도 출시되고 있다.

◇효소를 이용한 한국인 맞춤형 세제

피죤 '액츠 퍼펙트 솔루션'은 한국인의 음식 습성에 맞춰 효소를 첨가한 기능성 세제이다.

황재규 피죤 이사는 "빨간색·검은색 양념을 많이 먹는 한국인은 옷에 묻은 얼룩이 빨래로도 지워지지 않을 때 애벌빨래를 먼저 한 뒤에 세탁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효소를 첨가하게 됐다"며 "애벌빨래를 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개발한 세제"라고 말했다.

피죤은 세제 개발을 위해 한국 갤럽에 의뢰해 만 13세 이상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식 10위를 조사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김치, 불고기, 비빔밥, 갈비, 잡채, 삼겹살, 청국장, 갈비찜 등이 꼽혔다. 피죤은 기존 세제에 한국인이 즐겨 먹는 한식 재료들을 분해하는 효소를 넣었다.

세제를 사용하면 옷이 깨끗해지는 건 계면활성제 때문이다. 계면활성제는 하나의 분자 안에 물을 좋아하는(친수성·親水性) 부분과 물을 싫어하는(소수성·疏水性) 부분을 동시에 갖고 있다. 소수성 부분은 '기름'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 소수성 부분이 기름 성질을 가진 때에 들러붙은 상태에서 친수성 부분이 물 쪽으로 움직이면, 옷에서 때가 떨어지게 된다.

피죤은 세제에 효소를 첨가했다. 우리 몸이 음식물을 분해할 때 효소가 돕듯이, 때를 잘게 쪼개어 잘 떼어지도록 하고, 기름 성질이 아닌 물질도 분해가 되도록 한 것이다.

피죤이 새로 개발한 기능성 세제에 첨가된 효소는 총 7가지이다. 이 중 5가지가 한식을 먹다가 생긴 오염물을 지우는 기능을 갖췄다. 계란, 고기, 젓갈 등에 있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프로테아제, 한국인의 주식(主食)인 밥이나 고추장에 있는 전분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 등이다.

피죤은 자연에서 채취한 미생물을 이용해 옥수수나 쌀겨 등에서 채취한 당 등을 발효시켜 효소를 얻는다. 발효 과정은 0.0005㎥의 작은 통에서 160㎥ 크기의 통까지 옮기며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가루·액체 세제의 장점만 모은 시트형 세제도

기존 세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강화한 세제도 개발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테크 한장 빨래'는 부직포같이 생긴 시트(sheet)로 된 세제이다.

따로 세제함에 넣을 필요 없이 세탁물 위에 시트형 세제를 놓고 세탁기를 돌리면 된다.

시트 세제는 젤 형태의 세제를 고온의 판에 뿌린 뒤 다리미로 옷을 다리듯 뜨거운 판으로 찍어 눌러 만든다. 순간적으로 높은 열을 가하면 부직포 같은 시트가 되는데 수분이 증발한 곳에 '공기 방울'이 형성된다. 시트 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구멍이 보이는데 이게 수분이 증발하면서 생긴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가루가 날리고 굳기 쉬운 가루세제와 컵이나 뚜껑에 계량해야 하는 액체세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반면 가루세제와 액체세제의 장점은 극대화했다. 가루세제에는 '알칼리 빌더'라는 성분이 들어가는데 이는 계면활성제를 활성화시켜 세척력을 높여준다. 하지만 이는 안정성이 떨어져 액체세제에는 넣지 못하는데 시트세제에는 이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액체세제의 장점인 용해력도 가졌다. 시트 세제 제조과정에서 생긴 공기 방울이 물이 흡수되는 길을 만들기 때문이다.

김두만 LG생활건강 마케터는 "가루 세제는 1L의 물에 1g, 액체세제는 1mL가 필요한데 시트세제는 0.088g만 있으면 된다"며 "효과가 가루나 액체 세제의 11배인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