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활짝 핀 집, 2만원이면 충분합니다

여기저기서 꽃이 만발하는 봄이다. 집 안에도 봄을 들여놓고 싶지만 비싼 꽃 값을 생각하면 엄두를 내기 어렵다. 하지만 꽃 시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스타벅스 커피 서너 잔 값만 아껴도 화사한 봄꽃으로 집 안 곳곳을 꾸밀 수 있다. 꽃 브랜드 '꾸까' 소속 김보림·이재람 플로리스트(florist·화훼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2만원을 들고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꽃도매상가에 가봤다.

◇물 안 담근 꽃을 사라

경부선 터미널 건물 3층에 있는 꽃시장은 플로리스트나 소매 업체들이 꽃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곳. 생화 시장은 밤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영업(일요일 휴무)한다. '○○원예' 간판을 단 작은 상점들이 미로처럼 모여 있다. 같은 요일·시간대에 영업하는 서울 양재동 aT 화훼공판장 1~2층 생화 도매 코너를 이용해도 좋다.

꽃이 들어오는 날은 월·수·금요일. 이런 날 새벽엔 꽃을 소량 구입하기 쉽지 않다. 김보림씨는 "일반 소비자들은 화·목·토요일 오전을 이용하면 조금 덜 싱싱해도 더 저렴한 꽃을 여유 있게 살 수 있다"고 했다. 같은 꽃이라도 계절·날짜·꽃 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줄기·꽃잎에 상처가 있거나 이미 많이 피어버린 꽃은 싸게 판다. 김씨는 "싱싱한 꽃을 고르려면 줄기가 단단한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물에 담가 놓지 않은 꽃이 물에 담근 상태로 파는 꽃보다 더 신선하다"고 했다.

◇라넌큘러스, 아미초…싱싱한 제철 꽃

김보림·이재람씨는 자주 다니던 단골 가게들을 돌며 제철 꽃인 연분홍색 라넌큘러스 하노이(5000원), 진분홍색 미니장미 프리티버블(3000원), 가격 대비 풍성한 알스트로메리아(3000원), 하늘하늘한 흰색 아미초(4000원)를 골랐다. 거실·침실에 놓을 유리병과 식탁 위 커피잔에 담을 꽃이다. 꽃은 보통 줄기 10대를 한 단으로 묶어 판다.

함께 꽂았을 때 서로 어울리는 꽃을 고르려면 얼굴이 큰 '메인'과 사이사이를 채우는 '필러'의 색깔을 비슷한 톤으로 맞추는 것이 쉽다. 알스트로메리아는 이미 많이 핀 꽃을 섞어서 저렴하게 두 단을 샀다.

마지막으로 '소재' 가게로 갔다. 소재란 꽃과 조화를 이루는 잎이나 열매, 가지 등을 부르는 용어. 현관문에 걸어둘 둥근 꽃장식(리스)을 만들기 위해 구니 유칼립투스(5000원)를 샀다. 원래는 더 저렴한 파블로 유칼립투스를 많이 쓰지만 이미 동난 상태였다. 리스 틀(1800원 정도)이나 유리병(2000~4000원)이 필요하다면 시장 곳곳에 있는 소품 가게에 들르면 된다.

◇오래 보관하려면 드라이플라워

줄기 끝을 사선으로 잘라내면 물과 닿는 면적이 넓어져 꽃이 물을 더 잘 흡수한다. 병에 담았을 때 물에 닿는 부분의 잎은 모두 떼어낸다. 장미 잔가시는 가윗날의 등으로 문질러 다듬는다.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하루 한 번 갈아주는 것이 꽃을 오랫동안 싱싱하게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줄기가 짧고 얼굴이 작은 꽃은 버리지 말고 따로 모아 커피잔에 담으면 식탁을 멋있게 장식할 수 있다. 리스는 지름 20㎝ 다래넝쿨 리스 틀에 유칼립투스 줄기를 10㎝ 길이로 잘라 촘촘하게 꽂아서 만들었다. 현관이나 방문에 걸어두면 그대로 건조되면서 상큼한 향이 난다. 금방 시들어 아쉬운 꽃을 드라이플라워로 만들어 오래 보는 것은 요즘 여성들 사이 인기 높은 취미다. 책 '꽃보다 드라이플라워' 저자인 이재람씨는 "어떤 꽃이든 말릴 수는 있지만 백합·국화처럼 얼굴이 큰 꽃은 곰팡이가 생기거나 변색되기 쉽다"고 했다. 이날 산 꽃 중에선 미니장미가 말리기에 가장 적합했다. 직사광선이 들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며 습하지 않은 곳에 2주 정도 거꾸로 매달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