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초미세먼지, 터널 걷는 것만큼 해로웠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일부 중부지방에 미세 먼지(PM10)와 초미세 먼지(PM2.5) 공습이 이틀째 이어졌다. 특히 30일 서울 일부 지역의 PM2.5 농도는 이날 오전 9시가량 '매우 나쁨(100㎍/㎥)'에 근접한 수준까지 치솟아 출근길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했다<그래픽>. 이 같은 고농도 '독성 공기'는 다음 달 1일(금)까지 산발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외출 시 황사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자주 물 마시기 ▲생리 식염수로 콧속 씻어내기 같은 위생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서울 미세 먼지 5년 새 최악

30일 서울엔 각종 중금속과 발암물질 등이 든 PM2.5 농도가 전날(51㎍)보다 더 상승한 66㎍(오후 2시 현재)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오염이 가장 극심한 곳은 활동 인구가 200만명에 육박하는 서울 종로구였다. 이날 오전 4시부터 낮 12시까지 PM2.5 농도가 공기 1㎥당 90㎍을 웃돌며 한때 97㎍까지 치솟았다. 동작구와 광진구 등도 이날 출근 시간대 PM2.5 농도가 2시간 이상 90㎍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환경 기준(25㎍)의 약 4배 수준으로, "호흡기·심혈관 질환자나 어린이, 노인, 임신부 등 대기오염에 취약한 '민감 집단'들은 되도록 실외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할 수준"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김신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초미세 먼지 농도 97㎍ 정도면 혼잡한 터널 안을 걸어서 통과하는 것만큼 몸에 해롭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날 종로·동작·광진구 일대에 '미세 먼지 주의보'를 발령하지 않아 이 지역들 시민들은 이날 사실상 독성 공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작년까지만 해도 특정 구의 PM2.5 농도가 2시간 이상 90㎍을 넘으면 서울시 전체에 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올해부터는 서울 25개구 전체의 평균 농도가 90㎍을 넘어야 발령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다"면서 "오염이 심한 지역 주민들에게는 주의보가 아니더라도 따로 알리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한반도 주변 대기가 안정돼 바람이 거의 없는 상태라 먼지가 대기 상공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할 뿐 우리나라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음 달 1일 오후쯤 서풍 계열 바람이 불면서 고농도 오염 현상이 해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PM2.5보다 입자가 조금 더 굵은 PM10을 기준으로 할 경우, 수도권 주민들은 최근 5년 새 최악의 3월을 보내고 있다. 일평균 PM10 농도가 '나쁨(81~150㎍/㎥)' 수준을 기록한 날이 이달 들어서만 서울은 7일, 경기도는 9일에 달했다. 지난 5년 평균은 5.4일이었다.

◇귤·블루베리와 해조류 많이 먹어야

전문가들은 미세 먼지 농도가 높을 때 먹으면 좋은 음식으로 과일, 해조류, 고등어 등을 꼽았다. 과일로는 비타민C와 항산화 성분이 많이 포함된 귤, 포도, 블루베리 등이 좋다. 귤은 항산화 성분이 대부분 껍질에 있으니 껍질째 먹는 편이 낫다.

미세 먼지가 독한 날에는 물을 8잔씩 마셔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해준다. 물보다 좋은 것은 녹차다. 녹차에는 항산화 성분 폴리페놀의 일종인 탄닌이 들어있다. 탄닌은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중금속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또 생리 식염수로 코를 세척해주면 미세 먼지를 닦아낼 수 있다. 생리 식염수는 혈액 등 체액과 비슷한 삼투압 농도(0.85~0.9%)의 식염수로 몸에 투여해도 비교적 안전한 용액이다. 일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콘택트렌즈용 식염수와 달리 방부제(PHMB) 성분이 없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