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 2000線 근처서 가장 많아

30일 코스피지수가 4개월 만에 2000선을 넘어섰다. 그러나 2000선 부근 시점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계속 코스피지수가 2000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후 지난 25일까지 19거래일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순유출(유입보다 유출이 많은 것)됐다. 이 기간 자금 이탈 규모는 1조9732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본지가 금융투자협회 펀드 자금 유출입 자료를 토대로 지난 3년간 코스피 지수대별 펀드 환매(해지) 규모를 분석한 결과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은 코스피 2000 근처에서 가장 많이 펀드를 환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2000만 되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을 빼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 코스피지수가 2000대에 안착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도 2000선이 되면 개인의 펀드 환매에 대응하느라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

◇코스피 2000에 펀드 환매 폭탄

30일 본지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 금액은 총 79조84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코스피가 2000 전후(1975∼2025)일 때 환매된 금액은 27조4695억원으로 전체 환매 금액의 34.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0대의 뒤를 이어 투자자들이 펀드를 많이 환매한 시점은 코스피 2050 전후(22.8%), 1950 전후(20%) 순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엔 3~4일 코스피지수가 1950선을 넘어서자 2000억~3000억원씩 주식형 펀드에서 뭉텅이 자금이 빠져나갔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 2000이라는 상징적인 숫자가 다가오면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빼는 일종의 '학습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2000선 근처에서 펀드 환매가 쏟아지면 2000을 넘어서 박스권을 뚫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이나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매수세가 늘어나야 개인투자자들이 2000선 근처에서 펀드를 대규모로 환매하는 경향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덱스 펀드에서 자금 유출 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 펀드 817개에서는 총 2조6161억원가량이 빠져나갔다. 이 중 인덱스 펀드(지수 연동형 펀드)에서만 2조1820억원(83.4%)이 빠져나갔다.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에서 인덱스 펀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31.1%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인덱스 펀드의 자금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인덱스 펀드 중에서도 차입 등 기법을 활용해서 수익률을 높이는 레버리지 펀드에서 자금이 많이 유출됐다. 최근 한 달 새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인덱스 펀드 상위 5개 중 4개가 레버리지 상품일 정도다. 코스피200지수의 등락률을 두 배로 반영하는 'NH-CA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이 최근 한 달 새 2115억원이 빠져나가 유출액이 가장 컸다.

이승현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인덱스 펀드는 환매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짧은 기간 투자했다가 이익이 나면 펀드에서 돈을 빼는 투자자가 많다"며 "수수료가 있는 액티브 펀드(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보다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덱스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더욱 많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