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연주·작곡… 장애인 팝스타 키울 것"

"장애인들끼리 모아놓고 상을 주는 것도 의미 있지만, 결국 '그들만의 잔치'가 됩니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 못지않게 예술적 재능이 풍부하단 걸 알리려면 서로 어울려야죠."

가수 이상우(53)는 작년 10월 대한민국 장애인문화예술대상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자리에서 만난 문화체육관광부 간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상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밴드를 만드는 걸 정부에서 도와주면 내가 반드시 스타로 키울 것"이라고 장담했다.

넉 달쯤 뒤 문화부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원 예산을 마련했으니 프로젝트를 맡아달라는 제안이었다. "지나가듯 한 말을 정부에서 기억하고 노력해줬으니 정말 고맙죠. 지금부터가 큰일이네요(웃음)."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 마주앉은 이상우는 지적장애 2급인 장남 이야기를 꺼냈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은 '내 아이보다 하루 늦게 죽고 싶다'고 하잖아요. 내 아이를 남겨놓고 걱정 없이 떠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는 "장애인 중에서도 비장애인 못지않은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인재가 분명 있고, 그런 친구를 발굴해 스타로 만들어야 한다"며 "장애인도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능력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처음엔 문화부에서 프로젝트 이름을 '조금 특별한 밴드'라고 지었지만, 그가 "장애인은 특별한 게 아니라 다를 뿐"이라며 '조금 다른 밴드'로 바꿨다.

이상우는 공연기획자이자 뮤지컬 연출자로 활동 중인 후배 최용수 감독과 손잡고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노래나 악기 연주는 물론 작사·작곡 능력이 있는 장애인을 발굴하는 게 목표다.

"장애 정도나 성장 배경 등 다른 요소보다는 실력과 스타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만으로 구성된 게 아니라 비장애인과 함께 팀을 이뤄야 한다는 것도 그의 소신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 이야기를 꺼내며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형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렸기 때문에 이제는 형이 씻는 것도 도와주고 둘이 잘 어울려 놀아요. 선진국에선 비장애인이 장애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방법을 어릴 때부터 체득하게 이끌어줍니다. 우리도 그게 필요해요."

'조금 다른 밴드'에서도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과 어울려 궁극적으로 멋진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 사람들의 시선도 바뀔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어릴 땐 뛰어난 수영 실력으로 알려졌던 이상우의 장남은 지금 대학에서 트럼펫을 전공하고 있다.

"아이가 수영대회에 나가서 경쟁하는 걸 점점 싫어했어요. 그런데 음악을 할 때는 그런 게 없으니까 금방 좋아하고 제법 잘하게 되더라고요. 우리 아이가 나 없이도 혼자서 음악으로 먹고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일을 합니다."

오디션으로 선발한 이들로 4월 중에 팀을 꾸리고 연습을 거쳐 올해 안에 데뷔하는 게 목표다. 데뷔할 때는 장애인 멤버가 있다는 사실을 숨길 생각이다.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누구보다 나와 가족을 위해 꼭 '조금 다른 밴드'를 성공시켜 보이겠다"고 했다.

오디션 지원은 4월 6일까지 가능하다. 문의 (02)760-9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