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 재건축 청약에 1만명 몰려… 주택시장 강남發 훈풍 부나

"전용면적 49㎡나 59㎡도 피(프리미엄)가 3000만원 정도는 붙을 겁니다. 당첨되면 꼭 연락주세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 30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아파트에 대해 "예상보다 흥행에 더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3.3㎡당 4495만원(전용면적 49㎡형)으로 역대 최고가에 분양됐던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청약 대박'을 터뜨렸다. 1순위에서 317가구 모집에 1만660명이 몰려 평균 33.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1순위 청약자가 1만명을 넘은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분양가 10억4000만원인 전용면적 59㎡A형은 78.1 대 1로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 업계는 이번 청약 성공으로 침체된 분양 시장에 '강남발(發)'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역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분양가보다 결국 입지와 상품성이 좋아야 수요가 뒷받침된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분양 성공에 기대감 높아져

래미안 블레스티지에 청약자가 몰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강남권 새 아파트에 대한 잠재 수요가 많았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강남에는 지은 지 20~30년 넘은 아파트가 많아 새 아파트를 기다리는 수요가 많다"면서 "반포를 제외하면 강남에서 나오는 신규 분양도 거의 없다 보니 가격이 비싸도 먹힌 것 같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외에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도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단지의 경우 계약금이 10%인데 1차 계약금 5000만원이면 집을 살 수 있다. "당첨되면 프리미엄이 3000만원은 넘을 것"이라는 소문도 투기 심리를 부추겼다.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분양 시작 전부터 주변 아파트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산업개발의 '반포 래미안아이파크'가 대표적. 작년 11월 말 분양했던 이 아파트는 전체 257가구 중 100가구 정도가 미분양으로 남았었다. 분양가가 비싼 게 원인이었다. 당시로써는 역대 최고인 3.3㎡당 4242만원에 공급됐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최고 분양가를 갈아치우면서 수요자 관심이 강남 재건축에 쏠리면서 우리가 보유한 미분양도 덩달아 팔렸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초부터 개포지구 재건축 아파트 분양 성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재건축을 완료하면 2만가구에 육박하는 도심 속 미니 신도시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개포지구는 워낙 단지 규모가 커 '재건축의 상징'처럼 돼 있다"며 "이곳의 분양 성적이 서울 강남은 물론 수도권 전체 주택 시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 시장 회복 조짐…집값도 올라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을 앞두고 이달 들어 선보인 신규 분양 아파트들도 선전했다. 서울 은평구 '은평스카이뷰자이'는 1순위에서 13.2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광진구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는 12.5 대 1, 서울 은평구 '힐스테이트 녹번'도 11.7 대 1의 경쟁률을 각각 보였다. 다만 지방에서 분양한 단지에선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한 곳도 있다. 개포동 재건축 단지가 분양에 들어가면서 서울 강남권 기존 아파트 거래도 살아나는 모습이다. 올 3월 강남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67건으로 2월(256건)에 비해 1.5배 정도 늘었고 서초구 역시 같은 기간 224건에서 276건으로 증가했다.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계약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강남 일대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5월에는 삼성물산이 일원 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루체하임'을 분양하고, 6월에는 현대건설이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 에이치'를 선보일 예정이다. 강남권에서 재건축 아파트 분양을 준비 중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는 조합원들이 분양가를 3.3㎡당 4000만원 이하로 책정하자는 의견이 많았는데,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계약까지 100% 끝나면 분양가를 더 올리자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고분양가가 다른 지역까지 확산되면 전체 시장에 악재(惡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은 주거 지역으로서 '대체 불가능'한 상품이어서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은 물론 5000만원까지도 갈 수 있다"며 "하지만 지방의 경우 적정선에서 분양가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해 시장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