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먹는 회는? 국회!"… 정치 풍자로 속풀이

"타고난 재생 능력을 갖고 있어서 하나를 가르면 둘로 분열되는 이것은?" "야당(정답: 플라나리아)."

오랜만에 지상파에서 정치 풍자 개그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이상훈(34)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났다. 그가 '기호 0번 정치인 이상훈'으로 출연하는 개그콘서트 '1대1' 코너는 3일 개콘 시청률(9.9%)보다 40% 이상 높은 시청률(14.1%)을 올렸다. '니글니글'로 인기를 끈 개콘 간판 개그맨의 새로운 도전이다.

"정치 풍자를 하면 관객이 '옳소'란 의미로 박수를 쳐줄 때가 있고, 정말 '빵' 터져서 웃을 때가 있어요. 맞는 말을 했다고 호응해주는 건 바라지 않아요. 풍자가 웃겨서 웃음바다가 되어야죠."

그는 3월 중순부터 이 코너에서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며 스스로 그대로 믿는 현상은(선거 공약)' '한 개의 지층이 힘에 의해 어긋나 갈라지는 현상은(새누리당)'과 같은 풍자로 청중을 웃겼다. 방송에서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뽑아달라 외쳤고 선거운동 로고송인 '무조건'과 '픽 미'도 불렀다. 시청자들은 게시판과 SNS를 통해 "개그는 역시 속 시원한 풍자 개그" "간만에 풍자다운 풍자"라며 그를 반겼다.

'니글니글'에 이어서 연타석 홈런을 친 이상훈은 "풍자가 훨씬 어렵다"고 혀를 내둘렀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신문과 인터넷 정치 뉴스를 보고 집에 들어가서는 TV 뉴스 보며 아이템을 짜요. 여야 사이에 균형을 잡고 공자님 말씀이 안 되도록 현실 정치 이슈에서 이야깃거리를 가져오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녹화하는 날 관객 반응이 좋으면 한 주 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다 풀려요."

개콘에서 드물게 11개월이나 장수한 '니글니글'은 지난 3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이상훈은 이 코너에서 몸에 착 붙는 옷을 입고 나와 "세상 모든 여성이 내 미모에 반한다"며 골반 춤을 추는 자아도취 캐릭터를 맡았다. 그는 "유튜브 등 SNS에 저를 패러디한 영상이 올라오는 걸 보고 인기를 실감했다"며 "비호감의 호감화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40~50대 남성들은 역겹다고 채널을 돌리셨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다른 연령대 반응은 괜찮았던 것 같아요. 정말 잘난 사람들이 잘난 척하면 비호감이지만 별 볼일 없는 사람이 잘난 척하는 건 웃음을 주죠."

이상훈은 4전5기 만에 개그맨이 됐다. "부모님 모두 진지하시고, 저도 무대 아래에서는 별로 안 웃겨요. 어렸을 때부터 '쇼 비디오 자키' 같은 프로그램 챙겨 보며 꿈을 키웠는데 데뷔는 어렵더라고요." 그는 대학 전공을 살려 물리치료사로 일하다가 5번째 응시한 공채에 합격하면서 2011년 데뷔했다. 동료 개그맨은 선후배에게 밥값·술값 안 아끼는 그를 '호구'라고 부른다. 작년에는 새로 입사한 개그맨 후배들에게 '개콘'이라고 적힌 점퍼를 맞춰주기도 했다.

한때 30%를 넘겼던 개콘 시청률은 10%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상훈은 "공개 코미디가 클래식 공연처럼 소수만 향유하는 문화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라면서도 "개콘은 자막·편집 같은 MSG(합성감미료)가 없는 있는 그대로의 웃음을 추구하기 때문에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