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손실 걱정 컸던 변액보험, 안전장치 추가한 상품 나와

30대 회사원 이모씨는 변액보험이라면 쳐다보지도 않았다. 사회 초년 시절 아는 친구가 찾아와 덜컥 가입했다가, 급하게 돈이 필요해 사업비를 왕창 떼이고 손해 보고 해약했던 경험이 있어서다. 그런데 이씨는 최근 어느 정도 수익률이 나지 않으면 원금을 회복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보험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솔깃해져 상품을 알아보는 중이다. 이씨는 "워낙 금리가 낮아 은행 예금 등으로는 돈을 모으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수익률이 좋으면 적립금이 꽤 많이 늘어나는 데다 원금 손실 위험을 줄인 보험이 있다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액보험은 납입한 보험료의 전부나 일부를 '특별 계정'이라는 별도 계정에 넣어 펀드 등으로 운용하는 보험이다. 특별 계정의 운용 수익률에 따라 사망보험금(변액 종신보험)이나 연금(변액 연금보험) 등이 달라진다. 저금리로 변액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보험사들은 손실 위험을 줄이는 안전장치를 추가하거나 특별 계정 운용 방식을 개선한 다양한 변액보험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장기 가입자에겐 원금 회복 '선택권'

변액보험의 가장 큰 위험은 수익률이 안 좋을 땐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교보생명은 원금 손실에 대한 가입자의 걱정을 줄이기 위해 적립금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최소한 원금은 건질 수 있게 설계된 '하이브리드 변액 종신보험'을 지난달 말 출시했다. 만약 낸 돈이 3000만원인데, 25년 뒤 적립금을 열어보니 수익률이 나빠 2000만원밖에 안 남았다 하더라도 '원금 3000만원'은 돌려받을 수 있다. 단 가입 후 25년이 지나야 원금 회복을 요구할 수 있어 보험을 오래 유지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최근 출시한 '빅보너스 변액연금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이 끝난 후, 가입자의 적립금이 어느 정도 수익률(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적립금을 정해진 이율(공시 이율)에 따라 불릴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한 상품이다. 어느 정도 수익률을 올렸는데 이후에 시장 상황이 나빠져 그동안 번 돈까지 다 까먹을 위험을 줄였다. 목표 수익률은 상품 종류에 따라 100%나 130% 중 선택할 수 있다. 이 보험은 아울러 가입 5년 후엔 이미 낸 보험료의 1%, 9년 후엔 2%를 보험을 오래 유지한 데 대한 '보너스' 형식으로 적립금에 얹어준다.

◇"전문가가 적립금 대신 굴려 드립니다"

변액보험은 적립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가입자가 지정하고, 이를 수시로 바꿀 수 있는 보험이다. 그러나 투자 지식이 부족한 일반 가입자가 시장 상황에 맞춰 운용 지시를 하기는 어려워 가입 후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특별 계정 운용을 아예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한 보험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ING생명의 '모으고 키우는 변액적립보험'은 자산운용사들이 보험 적립금을 알아서 굴리고, 가입자는 수익률이 좋은 자산운용사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변액보험이다. 미래에셋·한국투자신탁·삼성·하나UBS·한화자산운용 등이 적립금 '투자 경쟁'에 참여 중이다. 만약 직접 운용 방법을 지정하고 싶다면 16개 국내·해외 펀드 중에 성향에 맞는 펀드를 고르는 '고객 설계형'을 선택하면 된다. 자산운용사별 수익률은 매일 공시된다.

미래에셋생명의 '변액적립보험II 진심의 차이'는 해외 펀드 13개를 포함한 펀드 20개를 담은 후 미래에셋생명의 자산운용 전문가가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해주는 변액보험이다. 이 보험은 사업비를 초기에 많이 떼, 가입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해약하면 남는 돈이 별로 없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업비 비율 자체를 낮추고 가입 기간 전반에 걸쳐 사업비를 나누어 뗀다. 그 결과 이 보험의 초기 해지 환급률(납입한 보험료 대비 해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의 비율)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게 특징이다.

현대라이프가 올해 초 내놓은 '변액 유니버셜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입하면 이를 사망보험금을 위한 '보장'과 돈을 불려나가는 '적립' 등 둘로 쪼개 운용하도록 했다. 특별 계정의 수익률이 좋지 않아도 사망보험금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화생명이 올해 초 출시한 'H플러스 변액통합종신보험'은 비교적 저렴한 특약을 통해 큰 병에 걸렸을 때 보험금(암 기준 약 1000만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사망보험금 최저 1억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20년 납입으로 가입하면 한 달치 보험료가 약 20만원, 특약(7대 질병 보장 특약 II) 보험료는 약 3만8000원(30세 남성 기준)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