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많이 한 종목, 주가 올랐다

금융 당국이 최근 올 하반기부터 공매도 잔액이 전체 상장 주식의 0.5%를 초과하면 매도자의 정보를 공시하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공매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고 주장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 공시제도 도입에 환영했지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운용 정보가 다 드러나 펀드를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가 하락" 대 "거품 방지" 논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비율이 높아지면 오르던 주식은 상승세가 둔화하거나 꺾이고, 내리는 주식은 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져 피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셀트리온 소액 주주 오모(32)씨는 "사실상 공매도 기법을 사용할 수 없는 개인들은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보고, 기관과 외국인은 앉아서 돈을 버는 구조"라면서 "공매도 공시가 강화돼 부담을 느낀 기관·외국인의 공매도가 줄어들면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가 상승 여력이 있는 종목마저도 공매도 세력의 투기적 거래로 주가가 내려간 사례도 없지 않았다는 게 공매도 반대론자의 주장이다.

반면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공매도가 주가가 본가치를 벗어나 급등락하는 현상을 완화해주는 순기능이 있는 데다 운용 정보가 드러나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롱숏(상승 예상 종목을 사고, 하락 예상 종목을 공매도하는 것) 전략을 주로 사용하는 한국형 헤지펀드 등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시장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가가 하락하면 무조건 공매도 탓으로 모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과대평가된 주가를 적정 가격으로 돌려놓는 등 장점도 많은데 공매도를 이렇게까지 규제하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인 시장 발전을 위해 시장 관련 정보 공개는 필수적"이라면서도 "정보 공개에서 익명성 보장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개별 투자자에게 공매도 포지션(투자자 재산의 현재 상태)에 관한 정보를 금융 당국에 보고하는 의무는 부과하더라도 정보 공시 기준은 높게 설정해 개별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이 직접적으로 시장에 노출되는 부담은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집중 종목들 대체로 주가 올라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주장에도 올해 1분기(1~3월)에는 공매도가 집중된 종목들은 대체로 주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공매도량 상위 20개 기업 중 17사의 주가는 공매도 평균가보다 올랐다. 예컨대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1분기에만 2100만주의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지만, 주가는 1월 초 4400원에서 1분기 말 6510원까지 47.95%나 급등했다. 이 기간 공매도를 활용한 투자자들은 두산인프라코어 주식을 주당 평균 4511원에 샀다. 만약 이 기간 빌려서 거래한 주식을 1분기 말에 시장에서 되사서 갚았다면 주당 평균 1999원(44.31%)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공매도량 순위 4위 BNK금융지주와 5위 LG디스플레이는 각각 1000만주 이상 공매도가 쏟아졌지만, 공매도 평균가와 비교해 주가가 10% 이상 올랐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되사는 쇼트 커버링(공매도 환매수)에 나서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매도(空賣渡)란?

'없는 걸 판다'는 뜻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낮아진 값에 되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물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앞으로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