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곳"

"한 작가가 소설을 여러 편 쓰더라도 결국 한 인생관이 담긴 한 권의 책을 쓰고 가는 것이 아닌가. 내가 지금껏 쓴 소설들은 경험을 있는 그대로 가져오거나 조금 바꾸어서 쓴 자전(自傳) 소설이다."

소설가 윤후명(70)씨가 신작 소설집 '강릉'(은행나무)을 냈다. 내년 완간될 '윤후명 소설전집'(전 12권)의 첫 권이다. 윤씨가 고향 강릉을 소재로 삼은 단편 10편을 묶은 책이다. 데뷔작 '산역'(1979년)을 제외한 9편은 지난 4년 사이 발표해 처음 책으로 묶은 작품들이다. 기존의 생존 작가 전집이 초기 발표작부터 순서대로 출간된 관행을 깨고 최신작 모음집부터 내놓는 것. 전집 둘째 권부터는 윤씨가 지난 40년 가까이 발표한 장편과 중단편을 대폭 손봐서 하나씩 출간한다.

윤씨는 전집 발간을 맞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강릉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에 놓이는 어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덟 살에 고향을 떠났지만 이번에 책 '강릉'을 내면서 고향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이 책은 강릉의 자연과 민속을 통해 강릉 사람들의 역사와 현재를 그리면서 궁극적으로 '강릉의 인문학'을 제시하려고 한다."

윤씨는 책 '강릉'의 별칭을 '강릉 호랑이에 관한 소설'이라고도 했다. 작가는 단편 '아침 해를 봐요'에서 단군 신화에 곰과 함께 등장한 호랑이의 후일담을 상상했다. '그 호랑이는 우리 강원도 감자바위들과 어울려 어느 날은 곶감이 무서워 도망치기도 하다가 드디어는 산신(山神)이 되지 않았는가'라는 것. 강릉 단오제에서 그 호랑이는 머리 감는 처녀를 물고 가 혼인한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윤씨는 "강릉 사람들의 뿌리는 몽골과 흉노까지 포함하는 범(汎)북방민족과 한 덩어리이고, 지금도 약동하는 야성의 힘"이라며 "강원도의 높은 산에 그 힘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힘'을 강조한 작가는 단편 '샛별의 선물'에선 '호랑이가 오르내린 대관령의 옛길을 내다보는 별빛'에 비추어 자기 앞의 생을 성찰하기도 했다. 윤씨는 1967년 시인으로 먼저 등단해 시집 3권을 낸 바 있다. 소설전집을 완간한 뒤 시전집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