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68.2세 '연극 드림팀'… 상상 이상의 햄릿

"여섯 번째 햄릿을 하게 됐다. 기쁘고 흥분된다."(유인촌)

"'오필리어를 해보라'는 말을 듣자마자 '와, 이것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윤석화)

유인촌 윤석화 손숙 박정자 전무송 정동환 김성녀 권성덕 손봉숙…. 연극계의 '별'들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초(超)호화 캐스팅의 연극 '햄릿'이 오는 7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문의 02-577-1987).

한국 연극사의 대표적 연출가 이해랑(1916~1989) 선생 탄생 100주년과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신시컴퍼니가 제작하는 대형 연극이다.

이 연극배우들은 모두 역대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다. 유인촌(10회 수상자)이 햄릿 역, 윤석화(8회)가 오필리어 역을 맡아 남녀 주인공으로 나오며, 정동환(19회)이 클로디어스 왕, 손숙(7회)이 거트루드 왕비, 박정자(6회)가 폴로니어스, 전무송(15회)이 레어티즈, 김성녀(20회)가 호레이쇼, 권성덕(12회)이 무덤지기, 손봉숙(18회)이 로렌크란츠 역을 맡는다. 다른 배우는 나오지 않는다.

한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은 대(大)배우 9명이 주연부터 조연·단역까지 1인 다역으로 출연하는 것이다. 연출 손진책(13회), 무대 디자이너 박동우(16회), 프로듀서 박명성(24회) 등 제작진에도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들이 포진했다. 이해랑연극재단(이사장 이방주)과 조선일보가 함께 운영하는 이해랑연극상은 이해랑 선생의 연극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1년부터 매년 한국 연극계에 이바지한 단 한 명의 연극인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번 '햄릿'은 국내 최고의 연극상 수상자 12명이 함께 만드는 '꿈의 무대'인 셈이다. '햄릿'은 6·25전쟁 중이던 1951년 이해랑 선생에 의해 국내 첫 전막 공연이 이뤄진 작품이며, 이 선생은 1989년 4월 이 작품의 호암아트홀 공연 연습 도중 과로로 쓰러져 별세했다.

이번 '햄릿'에서 27회 공연을 더블 캐스팅 없이 전회 출연하는 배우들의 평균 나이는 68.2세. 남녀 주인공인 유인촌이 65세, 윤석화가 60세고, 최고령자인 전무송·권성덕은 75세다.

제작사는 당초 햄릿과 오필리어 역에는 젊은 인기 배우를 캐스팅하려 했으나 "연극은 다른 예술과는 달리 나이 든 배우가 젊은 배역을 오히려 깊이 있게 소화할 수 있다" "해외에도 50~60대에 햄릿 역을 맡는 경우가 흔하다"는 연극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유인촌과 윤석화는 1987년 TV 드라마 '불새'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으나, 같은 연극에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해랑 선생의 마지막 연출작인 1989년의 '햄릿'에서도 주연을 맡았던 유인촌은 "나이 들어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을 맡게 돼 그동안 쌓아온 세월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윤석화는 "배우로서 꼭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는데 환갑이 돼서야 소원을 이루게 됐다"며 "연륜이 쌓이긴 했지만 아직 정신은 젊으니까 해볼 만하다"고 했다.

연출가 손진책은 "배우들의 나이가 많다는 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바꿀 것"이라며 "배우의 존재감과 연기로 승부하는 '햄릿'을 만들겠다"고 했다. 무대 위에도 객석을 설치해 현대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원작대로 공연하면 4시간 정도 되는 분량을 2시간으로 압축해 밀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