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나오자 찬밥 된 '삼총사'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14일로 출시 한 달을 맞았다. 은행, 증권사 등을 통해 그동안 140만명 이상이 ISA에 가입해 9000억원 넘는 돈을 넣었다.

하지만 ISA가 주목을 받는 동안 '찬밥' 신세가 된 금융상품도 있다. 한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랩어카운트, 재형저축,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 등 '못난이 삼총사' 금융상품은 ISA 출시 이후 성장세가 주춤하거나 가입자들이 이탈하고 있다. 이 상품들의 공통점은 ISA와 상품 형태·구조가 비슷하거나, 비과세 혜택이 크게 다르지 않은 '닮은꼴'이라는 점이다.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액 줄어

랩어카운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을 랩(wrap)으로 싸듯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다. 증권사가 운용하는 일임형(맞춤형) 랩어카운트는 금융사가 추천하는 '모델 포트폴리오(MP)' 중 하나를 골라 투자한다는 점에서는 ISA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ISA는 랩어카운트와 달리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최대 250만원의 비과세 혜택이 있다.

작년 말부터 랩어카운트의 '대체재' 성격이 짙은 ISA에 대해 본격적인 홍보가 이뤄지면서 랩어카운트 잔액은 줄고 있는 추세다.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액은 작년 11월 91조3544억원에서 올 1월 88조8550억원으로 줄었다. 최근 통계치는 아직 안 나왔지만 증권사들이 ISA 판매에 힘을 쏟으면서 랩어카운트 판매는 주춤하고 있다는 게 증권사 담당자들의 말이다.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 담당자들을 ISA 태스크포스(TF)에 보내 상품 구성을 맡겼고, 출시 이후엔 운용까지 맡기고 있다.

◇재형저축, 비과세 해외 펀드도 찬밥

ISA 출시로 올해부터 신규 가입을 받지 않는 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도 상황은 우울하다. ISA처럼 이자·배당소득에 비과세 혜택이 있기는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작년 말 재형저축 가입 기간이 만료되자마자 별다른 설명 없이 연 4%대였던 금리를 연 2%대로 내렸기 때문이다. 2013년 출시 때 '재형저축을 키우겠다'던 정부를 믿고 가입하거나, 작년 말 '마지막 가입 기회'라고 홍보하던 금융사 말을 듣고 막차를 탄 기존 투자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7년 만기를 채워야 하지만 최근 해약하는 가입자도 늘고 있다.

올 2월 말 출시된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도 ISA에 밀려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는 제도 도입 전부터 ISA와 중복된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ISA에 해외 주식형 펀드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는 ISA보다는 비과세 혜택이 크면서도 한도는 3000만원으로 ISA의 5년간 총한도 1억원보다 적다.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는 출시 후 한 달간 2500억원 넘게 팔리긴 했지만, 아직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의 1% 남짓에 불과해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부진한 데다 금융사들이 ISA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ISA '닮은꼴' 상품도 활용 방법 찾아야

상품 구조나 비과세 혜택이 ISA와 유사한 상품들이더라도 ISA가 채워주지 못하는 틈새를 투자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일임형 상품 투자자는 ISA 납입 한도(연 2000만원)를 먼저 채우고 나머지를 랩어카운트에 담는 것이 좋다. 박원옥 한국투자증권 WM(자산관리)전략본부장은 "해외 펀드 투자자라면 비과세 해외 주식 펀드 제도를 먼저 이용하고, ELS(주가연계증권) 같은 상품은 ISA에 담으면서 두 제도의 이점과 한도를 동시에 누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