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년 걸리는 다른 태양계, 20년이면 간다"

태양계는 태양(항성)을 중심으로 지구 같은 행성들이 돌고 있는 체계이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외계 태양계는 수십조km 정도 떨어져 있는 태양과 비슷한 크기의 별 세 개 중 한 곳을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알파 센타우리까지는 빛의 속도로 4.37년을 가야 한다. 현재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는 3만년 정도가 걸린다. 과학자와 벤처투자가가 손잡고 지금까지의 상식을 뒤엎는 획기적인 우주여행을 시작했다. 알파 센타우리에 20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우주선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 영화 '인터스텔라'를 뛰어넘는 꿈 같은 우주여행은 어떻게 이뤄질까.

◇레이저로 광속 20%까지 가속

세계적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와 러시아의 벤처투자가 유리 밀너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소형 우주선 1000대를 알파 켄타우리로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호킹 교수와 밀너는 이 계획을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이라고 이름 지었다. 밀너는 브레이크스루 재단을 세워 세계적인 연구를 한 과학자들을 시상하고 있다.

 

이들이 구상하는 우주선은 스마트폰 정도 크기에 얇은 돛을 단 형태이다. 돛은 빛을 반사하는 소재로 만든다. 호킹 교수는 "로켓으로 미니 우주선들을 우주로 쏘아 올린 뒤, 지구에서 우주선의 돛에 레이저를 발사해 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배의 돛이 바람을 타고 가는 것처럼, 우주선도 레이저라는 바람을 이용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한 번 가속된 속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계속 레이저를 쏘면 우주선은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호킹 교수는 레이저로 우주선을 시속 1억6000만km까지 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광속(光速)의 5분의 1 정도다. 이 속도라면 알파 센타우리까지 20년이면 갈 수 있다. 호킹 교수는 "반도체 성능이 좀 더 발전하면 우주선 하나의 가격은 몇백 달러 수준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이 실현되기까지는 약 45년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과 발사에 20년, 발사부터 알파 센타우리 도착까지 20년이 걸린다.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한 우주선이 보낸 전파가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또 4.37년이 걸린다. 밀너는 브레이크스루 재단을 통해 우선 1억달러(약 1140억원)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에는 총 10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어마어마한 돈이지만 밀너는 비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브레이크스루 재단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이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킹 교수는 이날 "지구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영원히 머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언젠가 인류는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폭 40㎞ 돛 단 우주선도 추진

미항공우주국(NASA) 역시 태양계를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NASA는 12일 "폭이 40㎞에 이르는 돛을 단 '이 세일(E sail·전자돛단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세일의 돛은 태양이 뿜어내는 양성자와 전자를 받아 움직인다. NASA 측은 "태양풍 속에 있는 양성자와 전자는 초속 400~750㎞로 움직인다"며 "커다란 돛으로 이걸 받아 압력과 전기를 만들어 우주선을 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 커다란 돛을 만들수록 더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다. NASA는 이 세일을 이용하면 태양계 바깥까지 가는 데 10년이면 충분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거대한 돛을 무엇으로 만들지, 어떻게 우주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펼칠 것인지, 균형은 어떻게 잡을지 등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인류가 만든 인공물 중 태양계 밖에 있는 것은 1977년 발사된 우주선 '보이저1호'가 유일하다. 발사부터 태양계를 벗어나기까지 무려 35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