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들이 나선 울돌목 해저 유물

높이 한 뼘도 안 되는 청자 한 점에 넋을 빼앗겼다. 고려 12~13세기의 기린 모양 향로 뚜껑. 둥글게 말려 올라간 꼬리, 이마에 돋은 뿔 하나까지 완벽하게 남았다. 푸른빛이 향로 전체를 감싸고, 앙증맞은 몸통과 표정에선 발랄함마저 느껴진다. 전시장 안쪽에서 만난 이 명품 청자는 불과 4년 전까지 바닷속 갯벌 깊이 파묻혀 있었다.

전남 진도 명량대첩로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유물들이 무더기로 서울 나들이를 왔다. 서울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15일 개막하는 '명량(鳴梁) 해저유물 특별전'을 위해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명량대첩로 수중조사에서 발굴한 도자기, 토기, 무기류 등 200여점을 선보인다. 지난해 전남 목포에서 열린 특별전의 서울 전시다.

진도 명량해협은 조류가 험하지만 해상 지름길로 예부터 수많은 선박이 왕래했다. 빠른 물살이 바닷속 암초와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거센 소용돌이 소리가 마치 바다 울음소리 같다 해서 '울돌목'이라고도 불린다. 1597년(선조 30)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이 전함 13척으로 일본 전함 133척을 격파하며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장소다.

널찍한 전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청자 명품들 덕에 눈이 호강한다. 구름무늬 오리모양 향로, 덩쿨무늬 잔받침, 연꽃 봉오리를 장식한 붓꽂이까지 왕실이나 귀족층이 사용한 최고급 고려청자들이다. 전성기인 12~13세기에 전남 강진이나 해남 등에서 제작해 명량해협으로 운송되다 배가 좌초돼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명량대첩에서 조선 수군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소승자총통, 석환(石丸·돌 포탄) 등 무기류도 나왔다. 서울대박물관이 소장한 이순신 친필 편지도 함께 전시됐다. 6월 19일까지. (02)880-5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