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국 소설 펼쳐 든 독자들

한국 소설이 다시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계간 '문학동네'가 선정한 '제7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지난주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차지했고, 소설가 이기호의 소설집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도 5위에 올랐다. 신간은 아니지만 한강의 장편 '채식주의자'(2008년 국내 출간)가 최근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심 후보에 오르면서 6위를 차지했다.

문학동네의 젊은 작가상은 등단 10년 이하의 작가들이 쓴 중·단편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수상작은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 최종심에 오른 기준영·정용준·장강명·김솔·최정화·오한기의 단편도 수상작품집에 함께 실렸다. 문학동네는 신예 작가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책값을 5500원으로 크게 내렸다. 초판 5000부가 1주일 만에 다 나가서 재판 5000부를 찍었다고 한다.

이기호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오늘의 세태를 희극적으로 다룬 콩트 모음집이다. 지난 2월 나와 지금껏 3만부 넘게 찍었다. 이기호는 풍자와 해학의 달인으로 이미 손꼽혀왔다. 이효석 문학상·한국일보 문학상·김승옥 문학상을 이미 수상한 중진 작가로, 광주대 문창과 교수를 지내고 있다. 그의 장편 '사과는 잘해요'는 영어로 번역돼 '사과에 집착하는 한국 사회를 풍자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받은 김금희는 지난해 신동엽 문학상도 받았다. 그녀의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는 16년 만에 재회한 남녀의 이야기다. 대학생 때 짧은 사랑을 나눈 남녀가 우연히 다시 만나지만 머뭇거리며 다가갈 수 없는 미묘한 상황을 다룬다. 직장에서 좌천당해 우울한 남자가 옛날의 그녀를 연극 무대에서 보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이다. 16년의 시차를 두고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단편이지만 풍성한 디테일 때문에 단순하게 요약하기 힘든 작품이다. 한 남자가 풋사랑을 다시 떠올리며 그리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는 과정을 그린 연애소설이면서도 사회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떨어진 남자가 빚어내는 안타까움이 요즘 세태의 단면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기호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40편의 콩트를 담고 있다. 오해로 인한 상황이 엉뚱하게 뒤집어지면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소설집이다. 수록작 중 '타인(他人) 바이러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과 관련된 세태 풍자다. 중동을 거쳐 귀국하는 비행기에 탄 사내가 '중동'에서 오래 살았다는 할머니의 옆자리에 앉으면서 공포에 시달리는 이야기다. 사내는 좌석을 바꿔달라고 소동을 피우는데, 알고 보니 할머니는 한국의 '중동'이란 동네에 30년 넘게 살았고, 아들이 효도 관광을 보내줘 중동 두바이에서 비행기를 탔다는 것. 이웃을 바이러스로 여기게 된 이기적 세태를 꼬집었다.

이기호는 콩트집을 내면서 시조 형식으로 작가의 말을 썼다. '짧은 글 우습다고 쉽사리 덤볐다가/ 편두통 위장장애 골고루 앓았다네/ 짧았던 사랑일수록 치열하게 다퉜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