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평(三視世評)] 가수 뺨치는 재야 고수들, 노래방 가고싶게 만드네

지상파는 지금 "전국~노래자랑!" 중이다. MBC '듀엣가요제'와 SBS '판타스틱 듀오'는 전국의 아마추어 노래 실력자들을 발굴해 기성 가수들과 팀을 이뤄 경연을 벌이는, 똑같은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거의 동시에 시작했다. 둘 다 설 특집 시험 방송이 정규 편성으로 승진한 경우다. 지상파 PD들에겐 잘되는 프로그램이라면 일단 베끼고 보는 DNA가 내장돼 있으니, 이런 쌍둥이 같은 프로그램이 나오는 게 새삼스럽진 않다. 세 기자는 그저 완성도만 냉정히 따져보기로 했다.

◇이선희 대 현진영

두 프로그램은 콘셉트뿐 아니라 출연자 섭외 스타일도 닮았다. 노래 잘하는 아이돌과 베테랑 또는 화제성 있는 가수를 적절히 섞는다. MBC '복면가왕'의 성공 공식을 따른 것이다. TV에서 얼굴 보기 어려웠던 이선희(판타스틱 듀오)나 현진영(듀엣가요제) 같은 가수를 섭외한 것이 흥행 포인트였다. 이들이 한창 활동할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나이 어린 일반인 참가자와 함께 노래하는 장면이 호기심을 끌었다.

아줌마 기자(김윤덕)는 이선희와 '리틀 이선희'라 불리는 18세 여고생, 폴 포츠 같은 고운 미성의 청년이 함께 부른 노래에 "압도적"이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다만 송창식이 미리 녹화한 영상에 이선희가 맞춰 노래하는 기괴한 방식은 "뜨악"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무례할 수 있는 그런 무대에서도 최선을 다해 몰입하고 열창하는 이선희를 보며 가요 담당 기자(권승준)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차이가 무엇인지를 느꼈다"고 했다.

 

그에 비해 MBC가 내세운 현진영은 이름값뿐 아니라 기량에서도 밀렸다. 촬영 당일 폐렴에 걸려 목소리가 갈라진 채 노래하는 모습은 한때 수퍼스타였던 그가 왜 이선희처럼 오래가지 못했는지 짐작하게 해줬다.

◇숨은 고수를 찾아라

노래방 애호가 최수현 기자는 "두 프로그램 모두 '슈퍼스타K'같이 식상한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진일보한 감동이 있다"고 했다. 가수가 되고 싶어 안달 난 소속사 연습생들에게 점령당한 오디션에 비해,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이 의외의 노래 실력을 들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판타스틱 듀오'에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남녀노소, 필부필부(匹夫匹婦)가 노래하는 영상을 편집한 장면에서 최 기자는 "눈물이 줄줄 났다"고 고백했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도 고운 목소리와 빛나는 꿈 하나씩 품고 사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김윤덕 기자는 "진짜 경연을 빨리 보고 싶은데, 가수들 노래와 토크가 길어지니 채널 돌릴 뻔했다"며 "'복면가왕'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쟁쟁한 경쟁 프로그램들을 제치려면 지금보다 빠른 전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대로 8팀이 경연을 벌이는 '듀엣가요제'는 시원시원했다. 노래 잘하는 예쁜 여고생, 허스키한 목소리의 유튜브 스타 등 각자 캐릭터가 뚜렷했고, 래퍼 제시나 달콤한 목소리의 에릭남 등 잘나가는 가수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흠이라면 이건 또 너무 단조롭다는 거다. '판타스틱 듀오'에 비해 스토리가 약하다고 할까. 노래 경연 원조인 '나는 가수다'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김 기자는 또 '듀엣가요제'의 평가 방식에도 딴지를 걸었다. "한 팀이 끝날 때마다 객석 평가단이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다 보니 가장 먼저 노래한 팀이 불리해 보였다"며 "고음이 폭발하는 클라이맥스가 많거나, 신나고 장대한 음폭을 지닌 팀, 맨 나중에 부른 팀이 좋은 점수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방송에서도 신나는 노래로 대미를 장식한 현진영 팀이 우승했다. 노래에 감동받은 방청객 얼굴을 너무 자주 비추고, '경연에 상관없이 무대를 즐기는 두 사람' 같은 자막을 굳이 삽입해 시청자에게 감동을 강요하는 듯한 연출도 식상했다.

아무튼 기이한 일이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범람하는데도 노래 잘하는 사람은 어디서 그리 쏟아져 나오는지. 가수 뺨치는 실력을 뽐내는 일반인들을 보며 세 기자 모두 갑자기 노래방 생각이 간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