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역사탐방로… 나주 쌀박물관…

서울 남산 자락에 낡은 주택이 밀집해 있는 '해방촌'(용산2가동)에 역사문화탐방로가 만들어진다. 역사문화탐방로는 내년 미군기지가 이전하면 들어서는 '용산공원'과 남산을 잇는 보행자 중심의 골목길 형태로 조성된다. 또 1960~80년대 해방촌의 '주력산업'이었던 스웨터공장에서 탐방·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전남 나주에선 성북동의 명물인 '나주정미소'를 개조해 쌀박물관(490㎡)을 만들고 전통음식 레스토랑과 정미소 체험 공간도 생긴다. 나주 시내의 골목길에 흙돌담길과 신숙주한글거리, 황진이거리 등 특색 있는 골목도 조성된다. 정부는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6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어 서울 용산과 전남 나주 등 전국 33개 지역에 '도시재생사업 종합지원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지자체 공모로 전국 33곳, 도시재생사업 지역으로 선정

총리실 주도로 진행하는 도시재생사업은 낡은 주거·상업시설이 방치된 구도심의 주거·상업지역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나서 지역의 특성에 맞게 도시를 살리는 사업이다. 김혜진 국무조정실 농림국토해양정책관은 "낡은 건물은 한꺼번에 밀어내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방식 대신, 지역의 옛 기능과 강점을 살려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도시재생사업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지자체 공모로 선정된 올해 도시재생사업 지원 대상은 전국 33곳이다. 도시재생사업은 ▲경제기반형(5곳) ▲중심시가지형(9곳) ▲일반 근린형(19곳) 사업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경제기반형 사업은 공공기관이나 철도 이전 부지 등을 거점으로 민간 자금 등을 유치해 도시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는 사업이다. 서울 노원·도봉구, 대구 서·북구, 인천 중·동구 등 5곳이 선정됐다. 이 지역에 대해선 한 지역당 6년간 최대 250억씩 국비를 지원한다. 서울 노원·도봉구의 경우 2019년부터 이전할 계획인 창동차량기지부지와 노후상업지역 97만㎡가 대상 지역이다. 정부는 이 지역에 민간자본 약 2조3000억원을 유치해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창업지원센터(224억원), 문화명소건립(국비 96억원+서울시 예산 144억원) 등의 사업과 바이오메디컬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최대 2만석 규모의 대규모 공연·스포츠 시설인 '서울 아레나' 건설 사업도 추진된다. 이곳에서 초대형 K팝 공연 등을 개최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규모로 끌어들이고, 아레나 주변에 조성되는 업무시설에 음악·게임 전문업체 300여곳도 유치할 계획이다. 대구에선 서구 비산5·7동과 원대동, 북구 노원동 일대 11만3㎢ 부지가 대상이다. 이 지역은 과거 대구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공단 지역이다. 대구시는 이곳에 총 2229억원을 들여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하는 '미래비즈니스발전소'를 짓고, 서대구 복합터미널 부지에 쇼핑몰과 컨벤션센터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지자체가 제대로 사업 추진할 때만 '매칭' 방식으로 국비 지원

중심시가지형 사업은 도시의 옛 행정·상업중심지를 재생하는 사업으로 한 지역당 5년간 국비가 최대 100억원까지 지원된다. 제주 제주시, 부산 영도구, 경남 김해시, 울산 중구 등 9곳이 신청했다. 제주도는 재정과 민자 등 4378억원을 투입해 1970년대까지 구도심이었던 제주시 일도1·이도1동 등의 역사문화자산을 복원해 '도심 올레길' 등을 만드는 사업을 신청했다. 부산시는 삼진어묵 등 어묵공장과 두부공장 등 지역 점포에서 제조 과정을 체험하거나 기술을 전수할 수 있도록 해 상권을 회복하는 사업을 제안했다.

일반 근린재생형 사업은 낙후된 주거지역 등을 개선해 주민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한 곳에 5년간 최대 50억원의 국비가 지원되며 서울 용산구와 구로구, 부산 강서구, 대구 서구 등 19곳이 신청했다.

도시재생특별위는'관문심사제'를 도입해 지자체가 단계별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했을 때만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원해 사업 성과와 속도를 끌어올리도록 했다. 김태형 국토부 도시재생과장은 "이번에 책정된 정부 예산은 지방자치단체와 1대1 '매칭'형식으로 지원하도록 하고, 지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때만 예산이 지원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