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손 타는 반려동물 대신 '반려식물'

서울 성동구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박한민(28)씨는 한 달 전 온라인 쇼핑몰에서 1만2000원을 주고 '트리안'이라는 식물을 주문해 집에서 키우고 있다. '푸르미'란 이름도 붙여줬다. 덩굴식물인 트리안은 일주일에 물을 한두 번만 주면 집 안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실내 식물로 인기가 있다. 박씨는 "반려동물을 키우려 했지만 돌볼 자신이 없어 식물을 샀다"면서 "날마다 대화를 나눌 친구가 생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박씨처럼 '반려동물' 대신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선인장 화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증가했다. 관리가 쉬운 수경재배식물도 작년보다 22%가 더 팔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 가구 수는 약 506만 가구로, 30년 전(약 66만 가구)에 비해 8배로 증가했다.

식물을 인테리어용이 아닌 삶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면서 '반려식물'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직장인 박슬록(23)씨는 작년부터 자취방에 다육식물(선인장처럼 줄기나 잎에 많은 양의 수분을 저장하고 있는 식물)을 하나씩 사 모으고 있다. 그렇게 모은 식물이 벌써 10종류다. 박씨는 "아기 장화나 고무신, 커피잔 등을 산 뒤 여기에 흙을 채워 화분을 만든다"며 "밖에서 미니 화분으로 쓸 수 있는 예쁜 그릇을 보면 집에 있는 아이들(다육식물) 생각이 난다"고 했다. 애완동물처럼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자신이 기르는 식물 사진을 올리는 것도 유행이 됐다.

식물을 파는 가게들도 이런 수요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꽃집에서 일하는 김미양(28)씨는 "예전엔 생화(生花)를 주로 팔았는데 선인장같이 키우기 쉬운 식물을 찾는 자취생 손님이 많아져 미니 화분과 다육식물 상품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화초 가게 '슬로우 파마씨'는 손님의 성격과 생활 습관에 맞춰 식물을 추천해 준다. 이 가게 대표 이구름(28)씨는 "주말 손님이 300명쯤 되는데, 식물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다는 20~30대 싱글족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젊은 세대만 반려식물이 필요한 건 아니다. 서울 동작구 사당1동 주민센터는 지난해 관내 독거노인 160가구에 반려식물을 나눠줬다. 사당1동 주민센터 조재영 주무관은 "1년 동안 정성껏 키워놨으니 보러 오라는 어르신들이 많다"면서 "인간 관계에서 결핍을 느끼거나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 받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반려식물이 정서적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