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 상영으로 시작… 부산시·영화인 2년째 충돌

부산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은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다이빙벨'을 상영하면서 시작됐다.

세월호 침몰을 한쪽 시각에서 다뤘던 이 영화의 부제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은 "영화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영화 상영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부산영화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상영을 강행했다. 이후 2015년 1월 감사원은 부산영화제를 감사했고, 부산시는 3개월 후 이용관 부산영화제 전 집행위원장과 전·현직 사무국장을 수천만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영화제 측은 이를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보복 조치"라며 "영화제의 중요 요소인 독립성·자율성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영화제 부조직위원장이기도 한 김규옥 부산 경제부시장은 20일 서울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탄압한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BIFF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가장 큰 장치는 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이며, 이미 사퇴 선언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비대위의 공동위원장인 이춘연 씨네2000 대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부산시에서도 약속했던 것이다. '다이빙벨' 상영 전까지 이것이 지켜졌기 때문에 아시아 최고 영화제가 될 수 있었다. 중국의 영화제들이 부산영화제를 이기려고 엄청나게 많은 돈을 쏟아붓지만, 아직 따라올 수 없는 것은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이 안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감사는 부산시에서 한 것이 아니고, 피감 기관으로서 감사원의 고발 지시를 이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부산시는 공동집행위원장으로 배우 강수연을 위촉했다. 2015년 부산영화제는 강 위원장과 이용관 전 위원장이 함께 치렀다.

하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지난 2월 정기총회가 열리기 직전 서병수 부산시장은 자신이 당연직으로 맡는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민간으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주로 영화인으로 구성된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그 직후 37명이던 자문위원을 68명 새로 위촉해 105명으로 늘렸다. 비대위 측은 "부산시의 간섭을 막으려는 조치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영화제 조직위원회 인적 구성을 뒤흔들고, 의결권 행사 구조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단해 부산시가 영화제 집행위원회를 상대로 낸 새 자문위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2월 25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이용관 위원장의 임기가 끝났다. 이날 정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서 시장은 현재도 조직위원장 신분이다.

영화계에서는 이용관 전 위원장이 "정치 보복으로 사실상 해촉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이춘연 공동 비대위원장은 "이미 지난 2월로 임기가 끝났기 때문에 그의 거취 문제가 더 이상 쟁점은 아니다"고 했다. 영화제 총회의 신규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던 한 영화계 관계자는 "많은 영화인이 영화제를 만들고 20년간 키워온 이용관 전 위원장 노고를 인정해서 명예 퇴진을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예직을 줘서 그의 네트워크를 계속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김규옥 부시장은 "그 방안은 이미 제안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영화계 측에서 말을 바꿔 합의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 대표를 맡았던 김승업 충무아트홀 대표는 "영화제와 부산시는 양보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서로에게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조직위원장을 뽑는 사안도 집행위가 추천하는 인사에 대해 부산시가 찬반권을 갖는 방식으로 절충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최보근 콘텐츠정책관은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가 합의를 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아직 지켜보는 위치라서 공식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