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의 의도 잘 전달하는게 목표죠"

"아닙니다(No)!" 미국 시장 점유율 1위의 헤드폰·이어폰 제조업체 비츠 일렉트로닉스의 루크 우드(Wood) 사장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비츠의 제품이 저음(低音)만 지나치게 잘 들리는 것 아니냐는 항간의 지적에 대해 그는 "저음만 강조하는 제품은 균형 잡히지 않은 식단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리 제품은 풀코스 정찬"이라고 맞받았다.

지난 19일 한국을 찾은 그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연예기획사 녹음스튜디오에서 만나자고 요청했다. "훌륭한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함께 들어보며 우리 제품을 설명하고 싶다"는 의도였다. 그는 엘리엇 스미스가 리메이크한 비틀스의 노래 'Because',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세계적 히트곡 'Boom Boom Pow', 래퍼 50센트의 명곡 'In da Club' 등 세 곡의 노래를 틀어줬다. "블랙아이드피스와 50센트의 노래는 킥드럼 소리를 기본으로 현악기나 신시사이저 같은 다양한 악기를 퍼즐처럼 쌓아올려 만든 매력적인 곡이고요. 이런 과정을 잘 이해하고 음악가의 의도를 충실히 전달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비츠의 목표입니다."

루크 우드 본인도 록밴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고, 너바나 같은 전설적인 음악가들의 매니저 및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2011년 비츠 일렉트로닉스에 합류한 뒤 곧 이 회사 사장을 맡았다. 비츠의 성공은 두 가지 점에서 헤드폰 시장의 흐름을 바꿨다. 패션 소품으로 쓸 수 있을 만큼 예쁜 디자인으로 만들었고, 종종 무시되던 저음 영역을 강조해 힙합처럼 10~20대에게 인기있는 장르의 음악 듣기에 특화된 제품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루크 우드는 "우리 제품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쿨(cool)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폰처럼요(웃음)."

애플은 2014년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창립자인 지미 아이오빈은 스티브 잡스와도 가까운 관계였고, 비츠와 애플의 협력 관계는 아이튠즈가 막 만들어지던 시절부터 이어져 왔어요."

이런 인수합병은 오디오 업계의 흐름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야오라이(耀萊) 그룹이 덴마크의 유명 오디오 제조사인 뱅앤올룹슨 인수를 추진한다는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뱅앤올룹슨은 비츠처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제품이지만 종종 성능 면에서 혹평을 받는다. 루크 우드는 "다른 회사의 일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며 "음악가가 무대에서 패션이나 매너 등 보이는 것이 중요하듯 오디오 제품도 디자인을 통해 어떤 우아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건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