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달고 짜고 자극적이지만 이 정도면 풍성한 한 끼
입력 : 2016.04.25 02:06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기존 어벤져스 시리즈에 없었던 앤트맨·스파이더맨까지 총출동
싸움 장면은 잘 짜인 군무 보는듯… 前篇 안 보면 내용 이해 어려워
끼니마다 유기농 건강식을 먹는다면 좋지만 군것질의 유혹을 피할 순 없다. 영화에서는 수퍼 히어로 영화들이 이 '군것질'에 해당한다. 영화를 볼 때는 현란한 화면에 넋을 잃지만 보고 난 뒤에는 가슴 한편이 헛헛해지기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형제)는 크고, 비싸고, 보기 좋은 군것질거리다. 단맛, 짠맛, 매운맛 등 자극적인 맛이 혀가 얼얼해질 정도로 쾌감을 준다. 군것질이라도 이 정도면 그럴듯한 한 끼로 손색이 없다. 2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 영화 기자간담회에서 안소니 루소 감독은 "수퍼 히어로 영화 시장은 포화 상태다. 그렇기에 더 심도 있고, 차별화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수퍼 히어로 영화를 보면서 한 번쯤 가질 법한 의문이 있다. '도시 하나를 초토화하는 저 싸움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죽었을까?' 이 영화는 이를 정면으로 다룬다. '어벤져스'가 악당을 무찌르면서 무고한 민간인들까지 죽자 정부는 UN에서 어벤져스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인 일명 '수퍼 히어로 등록제'를 내놓는다. 수퍼 히어로의 집단인 어벤져스 내부에서는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찬성파'와 이전처럼 정부의 개입 없이 자유롭게 인류를 보호해야 한다는 '반대파'로 나뉘어 대립한다.
수퍼 히어로 영화를 보면서 한 번쯤 가질 법한 의문이 있다. '도시 하나를 초토화하는 저 싸움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죽었을까?' 이 영화는 이를 정면으로 다룬다. '어벤져스'가 악당을 무찌르면서 무고한 민간인들까지 죽자 정부는 UN에서 어벤져스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인 일명 '수퍼 히어로 등록제'를 내놓는다. 수퍼 히어로의 집단인 어벤져스 내부에서는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찬성파'와 이전처럼 정부의 개입 없이 자유롭게 인류를 보호해야 한다는 '반대파'로 나뉘어 대립한다.
자유주의자이자 사업가이며 이기주의자인 아이언맨이 정부의 수퍼 히어로 등록제를 지지하고, 애국주의자이자 군인이며 원칙주의자인 캡틴 아메리카가 이를 반대하는 것은 다소 의외다. 루소 감독은 "지난 영화인 '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은 자신의 오만한 성품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번 영화에서는 민간인 피해자의 어머니와 만나면서 거기에 더욱 감정이입을 하게 됐다. 반면 캡틴 아메리카는 지난 시리즈에서 정부의 부패를 목격했기 때문에 오히려 관료주의에 불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은 배우 크리스 에번스는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관점의 차이 때문에 친구끼리 싸우는 과정을 담았는데, 이런 점이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만화와 영화 제작사 마블의 수퍼 히어로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전편(前篇)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각각의 수퍼 히어로들이 결국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묶이게 되는 이른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다. 관객에게는 한 번 빠져들면 쉽사리 헤어나오기 힘든 '개미지옥'이요, 마블 입장에선 한 편만 성공하면 후속작도 따라서 잘될 수밖에 없는 '화수분' 같은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립은 관객이 영화의 흐름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을 정도의 깊이를 갖고 있다. 어느 한쪽을 편들 수 없는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이들은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테러리스트 집단과 싸우는 영화 도입부의 한 장면을 제외하면 이 영화 속의 모든 싸움은 수퍼 히어로 사이에서 벌어진다.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의 8할은 여기에 있다. 10명 남짓의 초능력자들이 '패싸움'을 벌이는 장면들은 마치 잘 짜인 군무를 보는 것만 같다. 건물이나 도로를 무작정 부수는 무식한 싸움이 아니라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영리한 싸움이기 때문에 한순간도 눈을 돌릴 수 없다. 기존의 어벤져스 시리즈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앤트맨과 블랙팬서, 스파이더맨까지 나와서 활력과 웃음을 더한다. 각 팀의 수장인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1대1로 맞붙는 장면은 액션의 합(合)이 절묘하고 자연스러워서 정지 화면으로 봐도 그 힘이 느껴질 것만 같다. 수퍼 히어로들의 싸움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표 값은 아깝지 않다.
'아이언맨'이나 '어벤져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수퍼 히어로 피곤증도 커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블을 인수한 디즈니가 수퍼 히어로 영화로 매번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차별화된 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찾아내기 때문이다. '앤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유머 코드를 극대화한 '희극 히어로물'이었다면, 수퍼 히어로들의 고민을 담은 '캡틴 아메리카'시리즈는 '성인 히어로물'에 가까웠다. 마블의 탁월한 감독 발탁도 영화적 재미와 가치를 더하는 요인이다. 루소 감독은 "기존 작품들을 변주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며 "유머와 위트가 균형을 이룬 이야기 안에 감정을 깊이 담아 전달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군것질이라도 누가 만드냐에 따라서 불량 식품이 될 수 있고, 천천히 음미할 만한 별미가 될 수 있다.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만화와 영화 제작사 마블의 수퍼 히어로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전편(前篇)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각각의 수퍼 히어로들이 결국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묶이게 되는 이른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다. 관객에게는 한 번 빠져들면 쉽사리 헤어나오기 힘든 '개미지옥'이요, 마블 입장에선 한 편만 성공하면 후속작도 따라서 잘될 수밖에 없는 '화수분' 같은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립은 관객이 영화의 흐름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을 정도의 깊이를 갖고 있다. 어느 한쪽을 편들 수 없는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이들은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테러리스트 집단과 싸우는 영화 도입부의 한 장면을 제외하면 이 영화 속의 모든 싸움은 수퍼 히어로 사이에서 벌어진다.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의 8할은 여기에 있다. 10명 남짓의 초능력자들이 '패싸움'을 벌이는 장면들은 마치 잘 짜인 군무를 보는 것만 같다. 건물이나 도로를 무작정 부수는 무식한 싸움이 아니라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영리한 싸움이기 때문에 한순간도 눈을 돌릴 수 없다. 기존의 어벤져스 시리즈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앤트맨과 블랙팬서, 스파이더맨까지 나와서 활력과 웃음을 더한다. 각 팀의 수장인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1대1로 맞붙는 장면은 액션의 합(合)이 절묘하고 자연스러워서 정지 화면으로 봐도 그 힘이 느껴질 것만 같다. 수퍼 히어로들의 싸움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표 값은 아깝지 않다.
'아이언맨'이나 '어벤져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수퍼 히어로 피곤증도 커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블을 인수한 디즈니가 수퍼 히어로 영화로 매번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차별화된 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찾아내기 때문이다. '앤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유머 코드를 극대화한 '희극 히어로물'이었다면, 수퍼 히어로들의 고민을 담은 '캡틴 아메리카'시리즈는 '성인 히어로물'에 가까웠다. 마블의 탁월한 감독 발탁도 영화적 재미와 가치를 더하는 요인이다. 루소 감독은 "기존 작품들을 변주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며 "유머와 위트가 균형을 이룬 이야기 안에 감정을 깊이 담아 전달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군것질이라도 누가 만드냐에 따라서 불량 식품이 될 수 있고, 천천히 음미할 만한 별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