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도시재생'… 청주·천안 첫 민간 공모

경북 영주시 영주동 후생시장은 2~3년 전만 해도 오래된 상가 건물이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이 위태로웠고 변변한 화장실도 없었다. 쇠락의 길을 걷던 후생시장은 2014년 도시 재생 선도 사업지로 지정되면서 '문화시장'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시장 내 의상실이나 전파사, 식당 등의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손님맞이용 게스트룸과 공연장, 인형극장, 작은 박물관도 조성된다. 인근 중앙시장은 지역 청년들의 생활 예술과 관련한 점포 창업이 지원되고, 구성마을에서는 동네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메밀묵을 만들던 오랜 관습에 착안해 메밀묵 공장이 들어설 계획이다.

낡은 도심에 주거·문화·상업 시설을 유치해 도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도시 재생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14년 선도 사업지가 선정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서울 용산, 전남 나주 등 전국 33개 지역이 추가 사업지로 확정됐다. 선도 사업지인 충북 청주와 충남 천안에서는 처음으로 민간 사업자 공모도 시작됐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청주시·천안시와 함께 각각 1718억원, 1900억원 규모로 추진되는 청주와 천안의 도시 재생 사업에 대한 민간 투자 사업자 공모를 시작했다. 민간 사업자 공모는 국토부가 선정한 도시 재생 사업 지역 46곳 중 청주와 천안에서 처음으로 실시된다. 두 사업 모두 청주시·천안시 등 지자체와 주택도시기금, 민간 사업자가 특수목적회사(리츠)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청주에서는 내덕동 옛 담배 공장 부지 일부(2만 1020㎡)에 비즈니스센터·호텔, 복합 문화레저 시설을 유치해 문화 업무 부도심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2004년 가동이 중단된 담배 공장은 현재 2년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행사 장소로 활용될 때를 제외하면 그대로 방치됐다. 이곳에 문화예술, 관광레저, 비즈니스 기능을 도입해 쇠퇴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 재생을 통해 39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600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담배 공장 주변 지역에는 국비와 지방비 500억원이 투입돼 부지 진입 도로를 현재 25m에서 35m로 확장하는 등 기반 시설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담배 공장 건물 일부를 리모델링해 짓는 2만㎡ 규모의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도 2018년 말 문을 열 계획이다. 청주시는 토지와 건물을 현물출자·임대하고, 주택도시기금은 50억원을 출자, 3년간 492억원의 융자를 지원한다.

천안 사업은 노후한 구(區)청사에 새로운 행정·주거·업무·문화 시설을 건립해 옛 명성을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문화동 동남구청사 부지(1만 9865㎡)에 새 청사와 어린이회관, 대학생 기숙사, 주상복합건물, 지식산업센터가 새로 들어선다.

과거 천안시청사로 사용됐던 동남구청사 일대는 2005년 시청 이전 이후 상권이 침체됐다. 이번 민간 사업자 공모를 통해 80년이 넘은 구청사를 저층부는 청사 용도로, 고층부는 인근 대학교 학생을 위한 기숙사로 복합 개발한다. 어린이 놀이 시설, 도서관 등을 갖춘 어린이회관도 조성하고, 전용 59·84㎡ 규모의 주상복합건물과 지식산업센터도 들어선다.

천안시는 토지를 현물 출자하고, 주택도시기금이 출자(50억원)·융자(411억원)하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 구상, 사업자 공모·선정 업무를 맡는다. 청주와 천안 도시 재생 사업은 각각 오는 9일과 10일부터 사업 참가의향서를 접수한다. 오는 8월까지 우선 협상 대상자가 선정된다.

진현환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도시 재생 민간 투자사업은 각종 인허가 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가 사업 주체로 참여해 인허가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고 지자체가 공유 재산을 저렴하게 출자 또는 임대하기 때문에 초기 자본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민간 투자금의 원리금 상환을 보증해 투자 위험이 낮고, 적정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