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펀드 '미운 오리'서 '황금 거위'로

지난해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값이 폭락해 '미운 오리' 취급을 받았던 원자재 펀드에 최근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51개 원자재 펀드의 투자 원금은 4일 기준 1조9999억원으로, 연초 이후 1630억원이 늘었다. 최근 6개월 사이엔 원자재 펀드에 3301억원이 몰렸다. 전체 원자재 펀드 투자액의 6분의 1이 6개월 사이에 들어온 것이다.

원자재 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은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좋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원자재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5.49%를 기록했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이 -14.93%, 최근 2년 수익률이 -26.09%인 점을 감안하면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된 셈이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0.3%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해도 수익률이 상당히 높다. 원유·구리 등 세계 주요 19개 원자재 가격을 가지고 만든 톰슨-로이터 핵심 원자재 CRB 지수는 2월 중순 155.01을 기록했지만, 지난달 29일 올해 최고치인 184.61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이 회복세이기 때문이다.

◇수익률 상위 5개 중 3개가 금 펀드

원자재 펀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금 펀드다. 국내 금 펀드 11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32.07%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금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트로이온스(약 31g)당 1075.10달러에 거래되던 금은 지난 2일 1294.70달러를 기록, 4개월 만에 20.4%나 상승했다.

개별 펀드로 봐도 원자재 펀드 중 수익률 상위 3개 펀드가 금 펀드일 정도로 선전(善戰)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펀드는 69.02% 수익률을 기록한 블랙록자산운용의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이다. 'IBK골드마이닝증권자투자신탁'(61.68%), '신한BNPP골드증권투자신탁 1'(59.8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금 펀드 이외에 광산·원유 기업 등 원자재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원자재 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블랙록월드광업주증권자투자신탁'과 'JP모간천연자원증권자투자신탁'은 올해 각각 38.06%, 25.62% 수익률을 올렸다. 포스코의 주가가 오르면서 국내 철강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미래에셋TIGER200철강소재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도 연초 이후 18.48% 수익률을 올리며 투자자에게 짭짤한 수익을 안겨줬다.

◇단기 급등, 금리 상승 우려는 부담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올 들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부담이다. 단기간에 올린 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또 IMF(국제통화기금)가 지난 4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3.4%에서 3.2%로 낮추는 등 경제 전망이 흐릿한 것도 원자재 투자에 신중해야 할 이유다. 원자재 수요는 기본적으로 경제성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속 가격이 단기에 급등해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부담이 큰 데다, 중국의 수요도 아직 미약한 편"이라면서 "쿠웨이트의 파업이 끝났고, 나이지리아 송유관도 5~6월 복구되면 최근의 유가 상승세는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도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4월 고용지표가 부진해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희박해졌다지만, 소매 판매, 생산자 물가 등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이 요동칠 수 있다"며 "그에 따라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원자재 펀드는 크게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에 투자하는 상품과 원자재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나눌 수 있는데, 초보 투자자의 경우엔 원자재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원자재 가격 이외에도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는 조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