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네 시간 자며 일했는데 6개월간 3000만원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뉴스에 나온 한 자영업자의 인터뷰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 무엇일까? 옆 건물에 같은 업종이 더 크게 들어서는 것일 수도 있고, 사업에 모든 것을 쏟았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답변은 다소 다르겠지만, 최악의 결말은 손님이 줄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폐업에 이르는 상황일 것이다.
자영업은 잘되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정년이 없기 때문에 20대부터 70대 이후까지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총 549만명(2016년 3월 기준)에 이른다. 특히 은퇴 후 생계형 창업을 하는 50대 이상 베이비부머 창업자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
그래픽=김현지 기자
◇자영업자 4명 중 1명 '노후 준비 못 해'
그러나 자영업자의 현실은 결코 밝지 않다. 저성장 시대 소비 침체가 지속되면서 시장 경쟁에서 밀려난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40%는 창업 후 1년이 안 되어 폐업하며, 70%가 5년 이내에 사업을 정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높은 단기 폐업률의 주요 원인으로 업종 내 치열한 경쟁과 부족한 창업 준비를 꼽았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경우 노후 준비까지 소홀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통계청 설문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에 '노후 준비를 못 하고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26.9%에 달해, 임금근로자(8.6%)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연금을 통한 준비가 임금근로자보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영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인 사업자의 경우 노후 준비를 할 만큼 소득이 충분치 않거나, 구체적인 노후 준비 방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자영업자는 퇴직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라는 제도적 한계도 있어, 결국 국민연금에 주로 의존하는 데 그친다. 이마저도 국민연금 수령액은 부부 기준 60만원 수준으로, 부부 최소 노후 생활비 160만원의 절반도 되지 않아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소상공인은 노후용 노란우산공제 활용
자영업자의 충분한 노후 자금 준비를 위해, 다음과 같은 3가지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단기 은퇴, 즉 폐업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노란우산공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 소상공인이 폐업이나 노령, 사망 등의 위험에서 생활 안정을 기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운영하는 공제제도다. 매월 5만~100만원씩 적립한 공제금은 폐업, 사망, 노령, 퇴임 등이 발생할 때 목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는 법에 따라 압류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폐업으로 대출 상환을 위해 다른 자산이 압류되더라도 공제금은 지킬 수 있다. 납부 금액에 대해서 다른 소득공제 상품과 별도로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고, 2년간 무료로 단체상해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최근 노란우산공제 가입자가 전체 소기업 소상공인의 20%에 달하는 70만명을 돌파하고 있다.
둘째, 노후 소득 준비의 기본인 국민연금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많은 자영업자가 실제 소득보다 적게 소득신고를 한다. 따라서 신고소득 기준으로 결정되는 국민연금 보험료가 낮고, 결과적으로 노후에 받을 연금액도 은퇴 전 실제 소득 수준에 비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국가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평생토록 지급하는 유일한 노후 준비 상품이다.
국민연금을 10년 이상 꾸준히 내면 노후에 연금이 다소 적더라도 평생 지급되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계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금액을 높이고, 만약 부부 중 한 명만 가입했다면 남은 한 명도 가입하는 것이 좋다. 또한 폐업 등으로 소득이 끊긴 때에는 납입유예를 신청하여 그 기간에 국민연금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납입 유예 기간은 납입 기간에 산정되지 않음을 유의해야 한다.
◇개인연금 납입금은 탄력 조정 기능 이용
셋째, 개인연금을 준비하면 노후 자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보험사의 개인연금보험은 5년 이상 납입하고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다. 그런데 자영업자는 수입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보험료 납입 기간이 너무 길면 경기가 나쁠 때 보험료 납입을 못 하거나, 손해를 보며 중도 해지할 위험이 크다. 비과세 요건인 최소 5년 이상에서 납입 기간을 짧게 지정하여 소득이 높을 때 집중해서 내는 것이 좋다.
또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금액을 달리해 납입할 수 있는 유니버설 납입 기능과 추가납입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유가 된다면 1인당 2억원, 부부 2인이면 4억원까지 비과세가 되는 일시납도 가능하다.
은퇴를 피할 수 없다면 현명하게 준비해야 한다. 자영업자 또한 언젠가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은퇴의 때가 온다면 어떤 준비가 되어 있을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은퇴 준비'가 먼 미래를 위한 추가 지출이 아닌, 자영업자의 가계 안정을 위한 장기적인 준비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