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수익은 기본, 주가 오르면 추가 이익… '메자닌 펀드' 인기

서울 강남의 고액 자산가 김모(56)씨는 최근 한 증권사 지점을 방문해 메자닌(Mezzanine) 펀드에 가입했다. 김씨는 "몇 년간 목돈이 묶이긴 하지만, 마땅히 투자할 데도 없는데 연 10%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며 "투자 성과를 보고 비중을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메자닌 펀드가 확산되고 있다. 박홍규 유안타증권 파이낸스 허브 강남지점장은 "저금리가 지속되고 주식시장은 요동치자 대안 투자처로 자산가들 사이에서 메자닌 펀드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의 애장품'으로 자리 잡은 메자닌 펀드 투자에 대해 궁금한 점을 7가지 질문으로 풀어봤다.

1 메자닌 펀드는 무엇인가?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메자닌 펀드는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2 메자닌 펀드가 투자하는 CB와 BW는 무엇인가?

CB·BW는 평소에는 이자가 지급되는 일반 회사채와 같지만, 일정한 조건 아래에선 이를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어 일반 회사채와 다르다. CB·BW는 둘 다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전환 방식이 다르다. CB는 채권 자체가 주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주식으로 바꿀 때 추가로 돈을 낼 필요가 없다. 반면, BW는 BW를 발행한 기업이 증자(增資)할 때 신주를 일정 가격에 인수할 권리만 주기 때문에 주식 인수 대금을 따로 내야 한다. 또 CB는 주식으로 전환하면 채권 자체가 없어지는 반면, BW는 인수권만 행사해 주식으로 바꾸면, 인수권을 뺀 나머지 채권은 일반 회사채와 같은 형태로 계속 남는다.

3 메자닌 펀드는 어떻게 수익을 올리나?

평소에는 CB·BW의 발행 금리만큼 이자를 받는 채권형 펀드로 운영된다. 그런데 회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쓴다. 예를 들어 A사가 발행한 연이율 3%, 전환가격 1만원인 CB에 펀드가 투자를 하면 이 펀드는 A사의 주가가 1만원에 못 미치는 동안엔 연 3%의 이자를 받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린다. 그러다가 A사의 주가가 급등해 2만원이 됐다면, 주식으로 전환해 1주당 1만원의 시세 차익을 보는 것이다. 지난해엔 아이에스동서, C&S자산관리 등이 발행한 메자닌에 투자한 펀드들이 이 회사들의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르면서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큰 수익을 냈다.

4 메자닌 펀드는 왜 사모 중심으로 운영되나?

메자닌 펀드는 대부분 사모(私募)로 운영된다. 메자닌 펀드는 CB·BW가 채권 형태로 있을 때는 채권 금리 정도의 수익 정도만 얻다가, 주식으로 전환할 때 큰 수익을 얻는다. 이 때문에 주가가 오를 때까지 상당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공모(公募) 펀드의 경우 투자자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돈을 돌려줘야 하므로 이 기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보니 메자닌 펀드는 사모 중심으로 운영된다. 사모 펀드다 보니 최소 가입 금액도 5000만~1억원으로 높다. 1~3년간 환매도 제한된다.

5 공모 형태의 메자닌 펀드는 없나?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메자닌 펀드는 총 8개다. KB자산운용, 신한BNPP자산운용, JP모간자산운용, 도이치자산운용 등이 운용하는 공모형 메자닌 펀드들이 있다. 이 펀드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 ~ 0.8% 정도다. 다만, 운용 기간이 긴 몇몇 공모 메자닌 펀드의 경우 3년 수익률이 8~13% 정도 된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3년 평균 수익률(-1.51%)이나 국내 채권형 펀드의 최근 3년 평균 수익률(9.26%)보다 높다. 사모 메자닌 펀드에 최소 가입 금액 투자가 부담스러운 투자자라면 공모 메자닌 펀드도 고려해볼 만하다.

6 어디서 어떻게 가입하나?

메자닌 펀드는 주로 사모 형태이므로 정보를 찾거나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고액의 자산가라면 자신이 거래하는 증권사의 PB를 통해서 메자닌 펀드의 최근 수익률 등에 대한 참고 자료를 받아서 가입하는 것이 좋다. 메자닌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선정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2005년 KTB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메자닌 펀드를 내놓은 이후 이 시장에 뛰어드는 자산운용사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메자닌 펀드를 전문적으로 조언해주는 투자자문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7 투자 유의점은?

CB나 BW 등은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한 중소 상장사들이 주로 발행한다. 신용 등급이 높은 회사들은 주식으로 바꿔줘야 되는 부담을 안고 있는 메자닌보다는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메자닌 투자의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회사가 부도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메자닌 펀드는 사전에 어떤 종목을 담을지 결정하고 돈을 모으는 방식이 아니고, 돈을 모아놓고 투자 대상을 찾는 '블라인드 펀드'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펀드에 가입할 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시장 관계자들은 운용사를 잘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