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관악區 등선 노래방·옷가게 개업 조심하세요

김모(50)씨는 지난 2014년 10월 서울 중랑구에 노래방을 열었다. 3억2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1억원을 빌리고 이리저리 끌어모아 1억8000여만원을 들여 가게를 열었다. 132㎡(약 40평) 정도 크기의 가게에 월세 140만원을 내고, 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을 제하고 나면 한 달 벌이가 130만원 남짓이었다. 인건비도 빠지지 않았다. 창업을 하고 둘러보니 노래방 인기가 시들해져 주변에 폐업하는 노래방이 꼬리를 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김씨는 겨우 1년을 넘기고 작년 12월 결국 가게 문을 닫았다.

김씨의 창업 실패는 신용카드 가맹점 관련 빅 데이터를 활용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트렌드연구소가 최근 전국 생활 밀착 업종 20개를 대상으로 2014년 문을 연 가게 중 2015년 폐업한 가게 수를 분석한 결과, 가장 폐업률이 높은 업종과 지역(서울만 해당)이 바로 '중랑구의 노래방'이었다. '강북구의 옷가게'나 '관악구의 한식당'도 폐업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노래방·옷가게·식당의 부진

조사에 따르면, 20개 업종 전체의 조기 폐업률은 29.2%였다. 자영업자들이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쓰기 때문에 카드회사는 창·폐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빅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다.

업종별로는 노래방과 옷가게, 식당의 폐업률이 높았다. 노래방의 경우 2014년 전국에 7450개가 생겼고, 이 중 2690개가 다음해 문을 닫아 36.1%의 폐업률을 기록했다. 두 번째로 폐업률이 높은 업종은 옷가게(33.8%)였다. 2014년 전국에 2만4330개가 문을 열어 2년도 안 돼서 8230곳이 문을 닫았다.

식당의 폐업률도 높았다. 조기 폐업률 상위 10곳 가운데 6곳이 각종 음식점이었다. 한식당(폐업률 32.5%)과 중식당(31.8%), 양식당(31.4%)이 모두 30% 이상의 높은 폐업률을 보였다. 분식점(29.6%)과 일식당(27.1%)도 폐업률이 높은 편이었다. 치킨집은 30.8%의 폐업률을 기록해 '치킨 공화국'의 암울한 단면을 보여줬다. 치킨집은 2014년 전국에 8760곳이 문을 열어, 이듬해 2700곳이 폐업 신고를 했다.

조기 폐업률이 낮은 업종은 문구점(14.3%), 안경점(14.8%), 패스트푸드점(16.2%) 등이었다. 2009년에서 2014년 사이 개업 증가율이 가장 큰 업종은 액세서리(22.7%)와 편의점(19.5%)이었으며, 반대로 감소율이 가장 큰 업종은 실내골프장(-60.6%)과 문구점(-36.5%)이었다.

전문가들은 노래방이 쉽게 망하는 이유로 놀이 문화의 다양화를 꼽는다. 옷가게는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경쟁력이 약해졌고, 음식점은 과당 경쟁으로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식당이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랑·강북·관악구 조기 폐업률 높아

경기 침체 등으로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 수가 한 해 70만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서울의 경우 지역별로 폐업률을 따져보니 25개 구(區) 가운데 중랑구가 34.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강북구(32.6%), 관악구(32%), 구로구· 영등포구(31.6%), 도봉구(31.3%) 순이었다.

조기 폐업률이 가장 낮은 곳은 유동 인구가 많은 종로구(21.5%)였다. 중구(23.7%), 송파구(24.1%), 용산구(25%), 서대문구(25.7%)도 폐업률이 낮았다. 서울 시내 전체의 조기 폐업률은 2010년 33.4%에서 지난해 28.1%로 5.3%포인트 줄었고, 전국 평균보다 1.1%포인트 낮았다.

세종대 김대종 교수(경영학)는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은 조기 폐업률이 높은 업종을 무조건 피해야 한다기보다는 참고 자료 정도로 활용하면 될 것"이라며 "어디에서 어떤 업종을 할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판매하는 물건이나 제공하는 서비스의 경쟁력과 철저한 상권 분석"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업종별 조기 폐업률 및 창업 관련 참고 자료를 조만간 자체 블로그(www.shinhancardblog.com)에 공개할 계획이다.